존속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지자체 보조금 의존도 커 투자 한계

기업구단 머니게임에 밀릴 수밖에

유럽처럼 시민 후원 ‘조합형’ 제안

시·시의회에 전문인력 배치 주장도

지난해 11월 23일 하나은행 K리그2 김포FC와 수원삼성의 경기에서 김포 윤재운과 수원 박지원이 공을 두고 경합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해 11월 23일 하나은행 K리그2 김포FC와 수원삼성의 경기에서 김포 윤재운과 수원 박지원이 공을 두고 경합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에서 시민구단은 없어선 안 될 구성원이다. 2013년 도입된 1·2부 리그 승강제는 시민구단의 참여 속에 자리잡았고, 매년 반복되는 승격과 강등의 중심에도 시민구단이 역할을 해왔다. 2024년 FC안양, 2025년 부천FC1995의 승격 드라마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시민구단이 K리그의 정상에 선 적이 없단 점이다. K리그 40년 역사에서 시민구단이 1부리그 우승을 차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코리아컵(구 FA컵)을 통틀어도 2014년 성남FC, 2018년 대구FC 단 두 차례에 그친다. 성적이 곧 흥행과 직결되는 프로스포츠의 특성을 고려하면, 시민구단의 아쉬운 성적은 뼈아픈 대목이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으론 결국 투자의 한계가 꼽힌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에 의존하는 시민구단 수익 구조상 기업구단과 같은 공격적인 투자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선수 영입과 인프라 확충 등에서 기업구단의 ‘머니게임’에 밀릴 수밖에 없다. 시민구단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향상이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수익 구조 다변화를 통해 자생력을 키우고, 지자체 보조금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훈련시설 확충·전용구장 건립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프라 투자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를 위해 시민구단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한편 지자체와 의회에도 스포츠산업에 대한 이해를 갖춘 전문 인력을 배치해 시민구단을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부천FC와 수원FC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해 12월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부천FC와 수원FC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지자체 보조금 의존도 낮추려면 ‘수익 구조 다변화’

시민구단에 투입되는 지자체 보조금에 대해 연구해 온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결국 시민구단이 자생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연구위원은 “시민구단의 자생 계획이 중장기적으로 갖춰지지 않으면 시민구단의 지속성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스폰서 계약이나 후원 등은 결국 구단의 인기에 따라 결정된다. 팬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리그 차원의 고민과 시민구단 스스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덕모 세종대 산업대학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스폰서 유치와 함께 시즌권 및 굿즈 판매 등을 통해 수익 창줄 구조의 다변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 교수는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구단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축구는 야구와 같이 중계권료가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스폰서 유치나 시즌권 판매, 굿즈 제작 등 연고 지역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분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나은행 K리그2 부천FC와 안산그리너스FC의 경기에서 선수단이 경기 종료 후 인사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해 하나은행 K리그2 부천FC와 안산그리너스FC의 경기에서 선수단이 경기 종료 후 인사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구단’이 돼야

강원FC·수원FC 등 시·도민구단에서 감독과 단장을 경험한 최순호 전 단장은 유럽 프로축구 리그의 사례를 들며 ‘사회적 협동조합형’ 구단을 시민구단이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제시했다. 최 전 단장은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돈을 내고 구단 운영에 참여하는 형태다. K리그에도 충북청주FC가 이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참고해 다른 시민구단도 시 30%, 시민 30%, 기업 30% 등 이런 식으로 나눠서 운영하면 지자체 예산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단장은 수원FC 단장 시절 ‘캐슬클럽’이라는 후원 공동체를 만들어 수익 구조 다변화를 시도했다. 시민·소상공인·기업 등이 자발적으로 구단에 후원금을 내고, 구단이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형태다. 수원FC는 지난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캐슬클럽을 통해 약 2억2천만원의 후원금을 모집해 구단운영에 보탰다. 수원FC 1년간 총 수익(2024년 기준 약 208억원)에 비해 작은 규모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 전 단장은 “캐슬클럽을 더 활성화하고 싶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이러한 인식이 부족해 기대만큼 안 돼 아쉽다”며 “이러한 방식의 후원금 모집이 시민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앞으로 더 정착된다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2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라운드 FC서울과 FC안양의 경기에서 안양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지난해 2월 2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라운드 FC서울과 FC안양의 경기에서 안양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경인일보DB

■ 지자체에 전문인력 배치 통해 안정적 지원해야

이현서 아주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시민구단의 운영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와 시의회에도 스포츠사 분야의 전문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예산 편성, 행정 지원 등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단 것이다. 이 교수는 “구단 프론트에는 전문 인력이 있는데, 지자체 소속 공무원은 전문성이 떨어진다. 이런 부분에서 지자체에서도 전문 인력이 행정일을 해서 시민구단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민간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운용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강·이영선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