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차가운 설원과 빙판 위에서 펼쳐졌지만, 스포츠 정신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 17일 대장정은 ‘아르모니아(harmonia)’, 이음과 조화의 드라마였다.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다양성의 조화를 이루어낸 93개국 3천500명의 선수들 전체가 주인공이었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 최가온과 ‘종목 최강자’ 클로이 김의 우정이 눈처럼 빛났다.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은 2018 평창, 2022 베이징에서 정상을 밟았다. 이번에는 최가온에게 역전당해 은메달에 그쳤다. 클로이 김과 최가온은 각별한 사이다. 클로이 김은 최가온이 해외 훈련 중 부상을 입었을 때 통역을 자처했고, 코치도 소개시켜 줬을 정도다. “가온이는 마이 베이비.”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애칭이다. 두 영웅은 포디움에 함께 올라 ‘한국 설상 최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탄생 순간을 함께했다. 18세 최가온의 대담한 도전은, 우상 클로이 김 덕분에 더욱 빛났다.

“그동안 네가 얼마나 많은 일을 참고, 얼마나 버티고 얼마나 혼자서 울었는지 엄마는 알고 있단다. 너는 이미 엄마 인생의 금메달이야.”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을 울린 엄마의 손편지다. 최민정은 마지막 올림픽에서 포용을 택했다. ‘고의 충돌’ 의혹으로 8년간 냉랭했던 심석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장의 책임을 앞세운 결단으로 두 천재는 3천m 계주 ‘드림팀’으로 다시 뭉쳤다. 결승전 23바퀴, 심석희의 ‘강력 푸시’와 최민정의 ‘로켓 질주’가 교차됐고, 마지막 주자 김길리가 금빛 레이스를 완성했다. 심석희는 “동료 선수들이 잘 버텨 줬다”며 끝내 눈물을 쏟았다. 최민정도 “서로를 믿었기에 가능했다”고 공을 돌렸다.

사회적 갈등이 극심한 대한민국이다. 정치권은 진영 간 충돌을 거듭하며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세대·이념·계층 갈등은 깊어지고, 공동체의 신뢰와 연대의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올림픽에도 승자와 패자, 도전과 좌절이 공존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승패를 떠나 품격 있는 매너와 상대에 대한 존중을 보여 줬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두 도시를 밝혔던 성화는 꺼졌지만, 불꽃이 품은 스포츠 정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은 ‘아르모니아’의 가치를 실천했다. 분열과 대립으로 지친 우리 사회가 새겨야 할 메시지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