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과 선 그으라는 압박에도

공과 모두 계승 ‘정면돌파’ 선택

생산적 정치 문화 형성에 기여

스스로 팽개치는 민주 행태 답답

장제우 작가
장제우 작가

2024년 재선에 나선 바이든 미 대통령은 불안하던 고령 이슈가 첫 토론회에서 터지고 만다. 오바마, 조지 클루니 등 당내외 유력 인사들이 후보 사퇴를 압박했고 지지층도 70% 가까이 동의했다. 바이든은 결국 선거일을 세 달가량 남긴 시점에 초유의 후보 사퇴를 발표한다. 부통령 해리스가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트럼프의 징검다리 재집권을 막지는 못했다. 미 갤럽에 따르면 바이든의 재임 평균 지지율은 2차대전 이후 역대 대통령 가운데 두 번째로 낮다. 꼴찌는 트럼프 1기이고 2기는 이를 갱신할 것이 확실하다. 인기가 없던 바이든은 당내외 관계자로부터 너무 늦게 사퇴하는 바람에 선거를 망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에 치를 떠는 민주당 지지층 대다수도 여전히 바이든에게 원망을 품고 있다. 엠볼드리서치의 올해 1월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대선 패배 원인으로 53%가 바이든의 늦은 사퇴를 지적했고 32%는 더 빨리 사퇴시키지 못한 민주당 내부인사들을 꼽았다. 지지층 대부분이 바이든을 원흉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바이든을 악마화하진 않는다. 오히려 너무 너그러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AP-NORC의 2024년 12월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의 바이든 지지율은 72%였고, 그 다음달 갤럽의 퇴임 전 마지막 조사에선 80%를 기록했다. 2026년 1월 엠볼드의 조사에선 72%가 호감이 간다고 답했고, 2월 유고브의 조사에선 평균보다 잘한 대통령이다가 55%, 평균이다가 38%인 반면 평균보다 못했다는 단 6%에 그쳤다. 지지층 대다수가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바이든을 꼽으면서도 동시에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한국 더불어민주당 진영에서 윤석열 집권의 원인 제공 등을 이유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토의 말들이 부쩍 늘었다. 이는 숫자로도 일부분 드러난다. 한국갤럽의 2023년 역대 대통령 조사에서 잘한 게 많다는 민주당 지지층은 68%였고 잘못한 게 많다는 16%였다. 2025년에는 전자가 56%로 줄고 후자는 20%로 늘었다. 중도층에선 전자가 36%에서 33%로, 후자가 43%에서 44%로 별 변화가 없었다. 중도층은 가만있는데 민주당 지지층만 우호적 평가가 10%p 넘게 준 것이다.

문재인에 대한 진영 내 긍정 여론이 부정보다 세 배가량 높긴 해도 바이든에 비하면 한참 적다. 정권 재창출 실패에 당연히 그의 책임이 적지 않지만 어떤 조사에서도 바이든처럼 압도적으로 나오진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 민주당 진영은 미국의 경우보다 전직 대통령을 깎아내릴 뿐 아니라 심지어 ‘문어게인’을 막아야 한다며 윤석열과 동일시하는 이들마저 있다.

보수 진영은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어쩔 수 없이 내치는 전통이 있다. 쿠데타 및 학살, 독재, 천문학적 부정축재, 국가부도, 국정농단으로 인한 탄핵 등 실책의 수준이 도를 넘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란범 윤석열과의 절연을 두고 낯뜨거운 싸움에 여념이 없다.

민주당 진영에서 보수 쪽의 불가피한 궁여지책을 따라하려 드는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예컨대, 미 민주당 지지층이 전체 국민 여론과 달리 바이든에 우호적이지만 선거와는 전혀 무관하다. 오히려 바이든 비난을 멈추지 않는 트럼프의 지지율만 떨어진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민주당 진영이 문재인을 적극적으로 지우지 않는다고 해서 선거가 힘들어지는 게 아니다. 만일 보수 진영이 ‘문어게인’ 심판을 들고나온다면 상식적으로 그게 통하겠는가? 오히려 전직 대통령에 대한 민주 진영 내 폄훼가 격화되면 결속력과 투표율을 떨어뜨려 선거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저 정치 장사꾼들만 득을 볼 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당시 인기가 바닥인 김대중 대통령과 선을 그으라는 압박이 거세지자 공과를 모두 계승하겠다며 상식적이면서도 그다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자기 진영의 전직 대통령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 태도는 생산적 정치 문화 형성에도 기여하지만, 민주당에만 허락된 행운이기도 하다. 보수 진영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 값진 자산을 스스로 팽개치려 하는 민주당 일각의 행태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장제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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