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형식 띈 정치 행사서도 사용

가맹점 기준 적용되기에 검증 한계

취지 맞지않는 공공재원 사용 우려

온라인 예매 플랫폼 ‘큐리스’에선 오는 3월 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3·1절 기념 자유음악회’ 티켓이 문화누리카드로 결제가 가능했다. 해당 행사는 강성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와 관련 단체 ‘자유한길단’이 주관하는 행사다. /큐리스 화면 캡처
온라인 예매 플랫폼 ‘큐리스’에선 오는 3월 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3·1절 기념 자유음악회’ 티켓이 문화누리카드로 결제가 가능했다. 해당 행사는 강성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와 관련 단체 ‘자유한길단’이 주관하는 행사다. /큐리스 화면 캡처

저소득층의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연 15만원이 지원되는 문화누리카드가 공연 형식을 띤 정치성 집회에도 사용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재정이 자칫 특정 정치 집단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 따르면 문화누리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공연·전시·영화 관람 등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발급되는 카드다. 해당 사업은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후원으로 진행되며 지원 대상자는 지정 가맹점에서 연간 15만원 한도 내 결제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의 취지와 달리 문화누리카드가 공연이나 콘서트 형식을 갖춘 정치 목적 행사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온라인 예매 플랫폼 ‘큐리스’에선 오는 3월 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3·1절 기념 자유음악회’ 티켓이 문화누리카드로 결제가 가능했다.

해당 행사는 강성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와 관련 단체 ‘자유한길단’이 주관하는 행사로 1부는 음악회 형식을 띠고 2부는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전씨의 유튜브에서는 가수 태진아씨와 이재용 전 MBC 아나운서 등이 해당 행사 출연자로 소개됐으나 행사 성격이 정치적 목적을 띤 것으로 알려진 이후 각각 출연 제의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의 토크콘서트 역시 예매 당시 문화누리카드로 결제가 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행사는 문화누리카드 온라인 가맹점 ‘티켓링크’를 통해 매표가 이루어졌다. 당시 행사 진행사 측은 해당 콘서트가 특정 정치활동에 대한 후원이나 기부가 아닌 유료문화관람 행사라고 명시했지만 한 전 대표의 정치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구성된 행사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처럼 공연 형식을 갖춘 정치성 행사가 문화누리카드 적용 대상으로 분류되는 것은 행사 내용이 아닌 가맹점 등록 여부와 공연 형식 기준에 따라 결제가 승인되는 구조 때문이다. 문화누리카드는 가맹점 단위로 허용·비허용 대상을 관리하고 있어 허용된 공연장이나 예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개별 콘텐츠를 건별로 심의하거나 차단하는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의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투입되는 공공재원이 제도 운영의 빈틈으로 인해 특정 정치 집단으로 유입될 경우 사업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문화누리카드의 취지는 문화소외계층의 다양한 문화 향유와 지역 소규모 문화 생산자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는 데 있다”며 “사업 취지와 거리가 있는 영역에 대한 사용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