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기가 무섭게 세상이 온통 미국발 문제들로 시끄럽다. 일촉즉발의 이란 문제에 쿠바와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를 향한 압박, 좀처럼 휴전 협상의 실타래를 풀지 못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전쟁까지, 세계 도처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곳이 없다. 여기에 엊그제 미국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관세 문제마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비롯한 각국에 딴 맘 먹지 말라면서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트럼프가 세계 질서를 온통 흐트러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1년을 어떻게 나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올 1월이 시작되면서 너나없이 병오년 말띠를 이야기했지만, 진짜 말의 해는 지난주 설을 쇠면서 그제서야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말을 향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 행해진 팔관회에 세상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하늘의 신(神)이 타는 수레가 등장했는데 그 수레는 네 가지 신성한 동물의 모습을 띠었다. 용(龍), 봉황(鳳), 코끼리(象), 그리고 말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말을 권선징악의 상징인 용이나 봉황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있었다.
강대국의 일방적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떠오르는 말이 있다. 벌대총(伐大大). 이름 그대로, 큰 나라를 치는 말이다. 벌대총은 청나라를 쳐서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자고 주장했던 조선의 임금 효종이 각별히 아꼈던 말이다. 벌대총은 강화도 진강목장에서 길러낸 명마였다. 벌대총은 강화와 김포 사이의 거센 물결을 헤치고 건널 정도로 뛰어났다고 한다. 효종이 벌대총에 반한 이유다. 벌대총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북벌에 쓰이지 못한 채 일찍 죽고 말았다. 효종 역시 북벌의 꿈을 펼치지 못했다.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유럽 역시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고 있다. 미국이 언제 우리의 위협 요소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국방력을 강화하면서 우리를 손아귀에 넣으려 들고 있다. 러시아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의 협조 없이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한 척 맘대로 만들 수 없는 우리 처지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래서 더욱 강대국조차 따라올 수 없는 우리만의 첨단 무기체계 개발이 시급한지도 모르겠다.
/정진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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