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OD 놀이’ 사회 문제로
복약 상담 등 없이 다량 구매 가능
SNS 구입글 게시·인증사진 공유
“신체구조상 더 취약 오남용 우려”
의약업계, 주의품 목록 전국 배포
25일 오전 10시께 경기도 내 한 창고형약국. 진열대에 빼곡히 놓인 종합감기약 가운데 캡슐 형태로 된 알약 10정이 든 약 상자 4개를 한꺼번에 집어 계산대 위에 올려놓자, 직원은 제품을 훑어본 뒤 곧장 바코드를 찍어 결제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약을 담아갈 봉투가 필요하냐”고 물을 뿐 증세나 복용 목적을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이날 구매한 알약은 과다 복용 시 환각을 경험할 수 있다고 알려진 제품이다. 종합감기약의 과다 복용 시 주의사항을 설명하는 일반 약국과 다른 모습이었다.
최근 약물을 과다 복용하는 방식으로 환각 효과를 노리는 이른바 ‘OD(overdose의 약자)’ 놀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소비자가 약을 직접 골라 살 수 있는 창고형약국이 문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OD는 종합감기약, 수면유도제 등 일반의약품 수십개를 한꺼번에 삼키는 방식으로 환각을 경험하는 행위로, 최근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인증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실제 이날 SNS에는 창고형약국에서 OD에 필요한 약물을 쉽게 구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복약 상담을 거치거나 약사가 직접 약을 꺼내 주는 일반 약국과 달리, 창고형약국은 소비자가 약을 자유롭게 골라 담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게시글 아래에는 수십 개에 달하는 알약을 손바닥 위에 올려둔 인증 사진이 덧붙었다.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창고형약국에서 자연스럽게 약물을 구매하는 방법을 공유하는가 하면, ‘한 번에 삼키면 기절하니 나눠 먹어야 한다’거나 ‘내성이 생기지 않는 방법이 있다’며 환각 효과를 경험한 후기나 비법을 전하기도 했다.
의약 업계는 청소년은 신체 구조상 약물 부작용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오남용 시 피해가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청소년이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할 의약품 목록을 전국 회원 약국에 배포하고, 창고형약국 등 일반의약품 접근성이 높은 약국을 상대로 주의를 당부했다.
오인석 대한약사회 학술 담당 부회장은 “신체 기능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시기를 겪는 청소년은 알약을 하나만 먹어도 성인이 두세알 먹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며 “창고형약국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상용량 이상을 복용했을 때 이상 반응이 생길 수 있는 약물의 경우 철저한 관리 및 감독 아래 판매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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