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정의의 부재… 우리만을 위한 복지가 필요하다

와상생활 하는데 신체 서비스 미흡

김선민 의원 범위 확대 개정안 발의

재활 치료 보조기 제공 등 목소리도

돌봄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이 지적·자폐성장애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뇌병변장애인이 배제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지며 돌봄 공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시행된 발달장애인법은 발달장애인의 범위를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로 한정한다. 이 때문에 뇌병변장애인은 돌봄 서비스 이용과 주간보호시설 이용 등 각종 복지 혜택에서 소외돼 왔다.

■ 뇌병변장애인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보호센터 필요

현재 뇌병변장애인의 돌봄 지원 체계를 정의한 법은 없다. 이에 따라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되는 복지 서비스나 보호시설도 발달장애인 기준에 맞춰 운영된다. 뇌병변장애인이 이런 지원을 받으려면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를 함께 인정받아야 하는 현실이다.

지적·자폐성장애에 초점을 맞춘 발달장애인 지원 서비스는 인지능력 향상 등이 중심이다. 이 때문에 연하(입속에 있는 음식물을 삼키는 동작) 곤란, 호흡 위험, 경련 등 신체 기능 문제를 겪는 뇌병변장애인은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를 인정받아도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

중증중복 뇌병변장애를 지닌 딸을 둔 박태성(58)씨는 “발달장애까지 중복 인정받아 센터를 이용한다고 해도, 발달장애에 특화된 미술치료 프로그램 등이 대부분이라 와상생활을 하는 중증 뇌병변장애인은 참여가 불가능하다”며 “뇌병변장애인에게는 경직 완화 치료나 전문 재활이 더 절실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뇌병변장애인을 받아주는 센터는 인천에 남동구와 부평구 등 2곳뿐이다”며 “인천에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주간보호센터가 하나만이라도 추가로 생겼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 발달장애 범위 넓혀야 사각지대 해소… 법 개정 움직임까지

국회에서는 발달장애인의 범위를 확대하는 ‘발달장애인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발의됐다. 개정안은 발달장애인의 범주에 ‘뇌병변장애인 중 발달기에 발생한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인해 일상 등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표 참조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발달장애인법이라는 지원 체계가 있음에도 뇌병변장애인은 소외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뇌병변장애인만이 지닌 특성을 고려한 지원은 부재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하는 취지로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했다.

아예 별도의 개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지난해 12월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뇌병변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표하고 제정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법률안에는 운동기능 저하와 호흡 문제, 연하 곤란 등 장애 특성을 반영한 재활치료 바우처·보조기 제공, ‘지역뇌병변장애인 서비스제공기관’ 설치 등 독자적인 복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태훈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법이 지적·자폐성장애 중심으로 규정되며 뇌병변장애인은 사실상 정책 지원의 밖에 놓여 있다”며 “시청각 장애나 근골격계 질환 등 여러 장애를 동시에 지닌 중증중복 뇌병변장애인은 특성을 세밀하게 고려한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