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착공될 반도체 공장의 일부를 새만금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통령실은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과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전론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전론자들은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용과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과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당위성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이는 반도체 산업의 기술적·경제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접근이라 현실화될 경우 국가핵심기술(National Core Technology)인 반도체 산업 발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반도체 공장(Fab)은 전력 품질의 연속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자연 조건에 따라 출력이 변하는 간헐성(Intermittency)을 갖는 특성이 있어, 일정하고 연속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하기 어려운 전력원이다. 재생에너지의 기술적 가치가 낮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전력 안정성이 최우선인 반도체 공장에서는 이러한 간헐성이 추가적인 보완 없이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 핵심이다. 즉 ‘재생에너지 중심’이라는 표현은 아직 실험실 단계의 담론에 가깝다.
전력 수급 측면을 고려해도 이전론은 현실성이 없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될 경우 삼성전자 약 9GW, SK하이닉스 약 5.5GW, 총 14.5GW의 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새만금 일대에 현재 구축된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고작 0.1GW 수준이다. 이에 국내 태양광 발전의 평균 이용률이 약 15.4%에 머물러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안정적으로 14.5GW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으로만도 약 94GW에 달하는 태양광 설비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이는 국내 전체 태양광 설비 용량(약 30GW)의 3배가 넘고, 매립된 새만금 토지(290㎢) 이상을 필요로 한다. 풍력 발전으로 시야를 확장해도 태양광 대비 7배가 넘는 막대한 구축 비용이 소요되어 사업의 경제성을 극도로 악화시킨다. 이를 종합해보면, 단순한 확충이 아니라 사실상 전력 체계를 새로 짜야 하는 규모이므로 사실상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반도체 공장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산업 생태계 역시 이전론의 큰 맹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복합제품시스템(Complex Product System)의 특성을 지닌다. 이는 반도체 Fab에서 생산되는 최종 제품인 반도체 칩(Chip) 제조를 위해서는 반도체 생산 공장과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소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유기적 협업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70~80%가 수도권에 터를 잡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오직 생산성 극대화를 지향한 철저한 경제적 효율의 산물이다. 거래비용 이론(Transaction Cost Theory)이 시사하듯, 기업 간 물리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협의·조정·대응 비용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식 확산 이론(Knowledge Spillover Theory)이 더해진다. 첨단 기술은 정형화된 문서보다 핵심 인력 간의 밀접한 대면 협업과 ‘암묵지(Tacit Knowledge)’의 교환을 통해 전이되며, 이러한 인적 교류가 활발할수록 혁신의 속도는 가속화된다. 이미 수도권에 축적된 반도체 기업의 네트워크를 인위적으로 분산시키는 것은 거래비용을 키우고 지식 확산의 속도를 스스로 늦추겠다는 선택과 다르지 않다.
결론은 분명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론은 산업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다. 반도체 패권 전쟁이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치닫는 현시점에서, 검증된 인프라와 생태계를 포기하고 불확실한 환경으로 거점을 옮기는 것은 국가적 자산을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소모적인 새만금 이전 논의는 즉각 종결되어야 한다. 지금은 불필요한 논쟁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할 때가 아니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허브로 키우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금연욱 반도체 엔지니어·카이스트 공학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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