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 비껴간 ‘쩐의 전쟁’… 시·군 교부금 상당액 애먼 곳에 썼다
총 804건 중 65% 다른 사업에 집행
잔액 1억·50%이상시 道 승인 필요
국고보조금 500만원보다 높다 지적
기준 범위 축소·최대한 지양 조언
특별조정교부금(이하 특조금)은 말 그대로 ‘특별한’ 재정 수요에 지원하는 금액이지만, 정작 시·군이 교부받은 특조금 상당액이 본 목적대로만 쓰인 게 아닌, 다른 사업에도 쓰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치열한 ‘쩐의 전쟁’으로 얻어낸 돈을 미처 다 쓰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애먼 곳에 사용하는 일 역시 특조금 본래 취지를 비껴갔다는 지적이다.
도가 31개 시·군으로부터 받은 2023년 특조금 배분 사업 집행 점검 내역을 분석한 결과, 특조금 잔액을 다른 사업에 재투자한 경우는 전체 804건 중 65%에 이르는 520건이었다. 이 중 시군에서 자체 재투자한 금액은 99억5천500만원, 용도 변경 승인을 했거나 할 예정인 금액은 99억8천400만원으로 총 2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재투자가 도 특조금 운영 기준 등을 위배한 것은 아니다. 기준상 시·군은 사업 완료 후 집행 잔액이 1억원 미만이거나 교부액 대비 50% 미만일 경우 ‘집행잔액 사용계획’을 수립해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 숙원 및 불편 사항 해소, 지역 개발 사업 등에 재투자할 수 있다. 집행잔액이 1억원 이상이거나 배분액 대비 50% 이상일 경우 도의 승인 후 사용해야 한다.
다만 재투자가 가능한 사업 성격이나 규정 등은 뚜렷하지 않다. 집행 잔액 사용신청 사업이 특조금 신청 제외 사유에 해당하면 승인이 불가하다는 원칙은 있지만, 그 외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도 역시 특조금 잔액을 재투자한 사업에 대해서까진 자세한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투자에 있어 경기도 운영기준을 따르려고 한다”면서도 “대부분 도로나 시설 조성 쪽으로 많이 투입되는 것 같다. 특조금 사업 집행 진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수시로 집행 잔액을 파악해 특조금을 반환해야 하는 3년이 지나기 전 최대한 재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결국 특조금이 당초 교부받은 목적과는 다르게 쓰일 여지가 큰 셈이다. ‘특별한’ 재정 수요를 위한다는 취지는 이처럼 실제 집행 과정에서 빛이 바랜 실정이다.
특조금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집행의 자의성’을 꼽은 최유리 나라살림연구소 연구팀장은 “(특조금 집행 현황을 보니) 심의한대로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1억원 이상의 집행잔액은 경기도에 재투자를 승인받는 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1억원이라는 기준도 자의적이라고 본다. 국고보조금은 자율적으로 (다른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금액 기준이 500만원인데, 경기도 특조금은 기준이 그보다도 높은 1억원”이라며 “ 특조금의 목적 외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재투자 기준 범위를 좁히고, 재투자는 지양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 강기정 차장, 이영지·한규준·김태강 기자(이상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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