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발걸음마다… 명아주 지팡이가 마중갑니다”
40년간 지역 그늘진 곳 찾아 헌신 봉사
매년 400~600개 정성스레 제작해 전달
도지사·군수 표창 비롯 10개 상패 영예
“내 마음을 다 내려놓고 욕심을 비워야 진정한 봉사라 할 수 있습니다. 몸만 움직이는 봉사는 금방 지치지만 마음이 앞선 봉사는 멈출 줄을 모르지요.”
양평군 단월면 부안1리 정인희(71) 이장의 봉사 인생은 1980년대 중반 지역의 그늘진 곳을 살피겠다는 작은 결심에서 시작됐다. 이후 성당에서 폐병 환자를 돌보는 일을 계기로 교통봉사, 홀몸 어르신 지원, 차상위계층 돌봄까지 그가 마다치 않은 봉사의 영역은 넓고 깊어졌다. 몸이 움직이는 봉사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지속가능하다는 철학은 그를 지난 40년간 지탱해온 힘이다.
그 묵묵한 행보는 지난 2020년부터 어르신들의 든든한 다리가 되어주는 ‘9988 장수 명아주 지팡이’ 제작사업으로 꽃을 피웠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굽은 등을 펴드리는 지팡이를 깎는 그의 손길에는 어르신들이 ‘99세까지 팔팔(88)하길’ 바라는 깊은 진심이 옹이처럼 단단하게 박혀있다.
정 이장이 명아주 지팡이에 주목한 것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다는 세심한 관찰에서 시작됐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지팡이를 고민하던 그는 길가에 흔히 자라던 명아주를 떠올렸다. 3월에 씨를 뿌리고 10월에 수확하기까지 그는 자른 명아주를 직접 삶고 건조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어르신들도 편히 짚을 수 있는 가볍고도 튼튼한 지팡이를 완성했다.
정 이장은 “처음에는 저 혼자 연구했지만 지금은 단월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36명과 함께한다. 일일이 손으로 깎고 다듬어 손이 많이 가지만 어르신들이 ‘덕분에 걷기가 훨씬 편해졌다’며 환하게 웃으실 때면 모든 피로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매년 400~600개의 지팡이가 정성스레 만들어져 지금까지 전달된 것만 2천개가 넘는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단순한 제작·전달을 넘어 지팡이를 건네며 홀몸 어르신들의 안부를 살피는 ‘안전 지팡이’ 역할 또한 자처한다.
그의 헌신적인 활동은 지역사회에서도 폭넓게 인정받고 있다. 정 이장은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경기도지사 표창 2회, 양평군수 표창 3회를 비롯해 총 10개의 표창을 받았다. 상패와 훈장이 늘어날수록 그의 책임감도 함께 깊어졌다. 하지만 그는 상을 받을 때마다 “이것은 나 혼자 잘해서 받은 것이 아니라, 함께 땀 흘려준 우리 봉사자들과 단월면 주민들이 함께 이룬 성과”라며 공을 돌린다.
정 이장은 “씨를 뿌려 명아주를 정성들여 수확하고 껍질을 깎아내며 사포질을 열심히 하다 보면 지팡이 하나가 만들어진다. 봉사도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도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지팡이를 드리는 어르신들을 부모님이라 생각하면 봉사를 멈출 수 없다. 제 체력이 계속되는 한 봉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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