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미군은 이란 정예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지휘·통제 시설과 방공 체계, 미사일·드론 발사기지 등을 집중 타격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메네이의 주거지를 파괴하고 이란 고위 관리들을 표적으로 삼은 ‘참수 작전’을 펼쳤다. 이번 공습은 핵 협상이 이어지던 국면에서 토요일 오전 기습적으로 감행된 것이다.

하메네이를 잃은 이란은 피의 보복을 선언했다. 중동 내 미군기지를 겨냥한 동시다발적 공습에 나섰다. 이스라엘 군사령부와 바레인의 미 해군본부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카타르 수도 도하의 민간 거주지에는 미사일 잔해가 떨어졌고, 두바이의 7성급 호텔 부르즈알아랍은 드론 파편을 맞아 화재가 발생했다. 이란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도 나섰다.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27%가 통과하는 길목을 막은 것이다. 중동 각국의 항공로마저 속속 차단되면서 에너지와 항공 물류라는 두 축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군사적 충돌은 이제 지역 분쟁의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 중동 질서의 균열과 동시에 국제사회 전체가 예측 불가의 ‘시계제로’ 위기 앞에 서있다.

이란 사회 내부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성스러운 라마단 기간 중 정신적 지주를 잃은 상실감은 공포와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 국영방송은 하메네이의 사망을 전하며 꾸란 구절과 함께 국가적 애도를 표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환호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하지만 억압된 민심의 환호가 곧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37년간 신정 체제를 철권통치해 온 지도자의 퇴장 직후 이란은 리더십 공백 해소에 나섰다. 후계 구도와 권력 재편 과정이 이란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시아파의 정신적 지주 하메네이의 죽음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 정치사에서 가장 중대한 전환점이다. 이란 정권의 붕괴를 고대하던 이들이라 해도, 외국의 군사개입에 의한 피동적 체제 교체에는 동의하지 않을 테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성공으로 고무된 트럼프와 중동 질서의 재편을 추진해온 네타냐후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결합했다. 강대국이 손을 뻗으면 타국의 지도자도 제거할 수 있다는 논리가 용인될까 두렵다. ‘힘에 의한 평화’는 또 다른 보복의 씨앗일 뿐이다. ‘이란의 봄’이 열릴지 ‘혼돈의 암흑’이 국제질서를 흔들지, 전 세계가 숨죽이고 있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