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호황 별개로 내수 소비 ‘잠잠’
자영업자 “체감상 코로나 때보다 불황”
“다들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 같아요….”
인천 대표 상권인 부평구 부평문화의거리에서 프랜차이즈 요리주점을 운영 중인 안모(37)씨는 개업 약 2년 6개월 만에 폐업을 고민 중이다. 안씨는 “매일 코스피가 얼마씩 오른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주식 호황과 자영업 경기 회복은 별개라는 걸 피부로 느낀다”고 토로했다.
‘코스피 6000’ 시대가 활짝 열렸지만 골목상권의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한 코스피 지수는 한 달 만인 지난달 25일 6000선까지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만 약 44% 급등한 수치다. 그러나 주식시장 호황이 내수 소비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남동구 구월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문종희(41)씨는 “구월동 상권 중심 거리인 ‘궐리단길’에서도 올해에만 2곳이 폐업했다”며 “최근 구월동 상권 상황이 좋지 않다”고 했다.
연수구 송도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모(33)씨도 “요새는 사람들이 머리 손질이나 옷 구매 등의 지출을 줄이려고 하는 것 같다”며 “월세와 관리비 부담으로 매장 수리비나 마케팅 비용을 줄여 근근이 매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계양구 경인교대역 인근에서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양진우(51)씨 역시 “3~4년 전부터는 주 수입원이었던 배달 주문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주식으로 수익을 보는 사람이 늘어나니 최근에는 외식 횟수나 식비를 줄여서라도 주식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주식시장 호황과 자영업 체감 경기 사이엔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걸까.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과거 회복기에 비춰본 현 소비 국면 판단과 전망’ 보고서는 주식 호황으로 인한 자산 반등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향후 소득과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출보다 저축과 투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 보유가 많은 고소득층은 자산이 늘어나도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는 경향이 있어 외식·서비스업 매출로 연결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도 봤다.
코스피가 급등한 것과 달리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인 100 안팎에서 제한적인 흐름을 보였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기 전망과 소비 심리를 반영하는 지표로, 자산 가격 상승이 경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내수 부진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매출 회복과 수익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2025년 자영업 실태조사’를 보면 2022~2024년 자영업자 연간 평균 매출은 1억7천240만원으로, 코로나 확산 이전 수준(1억7천144만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영업비용은 1억1천992만원에서 1억2천460만원으로 늘어 실제 남는 돈은 크게 늘지 않았다.
박연호 인천골목상인총연맹 총회장은 “체감상 지난해에는 경기 상황이 코로나19 시기보다도 더 나빴고, 아직까지도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주식 호황으로 경기가 나아지면 돈이 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다”고 했다.
김하운 전 한국은행 인천본부장(인천사회적은행 (사)함께하는인천사람들 이사장)은 “이번 코스피 상승은 반도체나 방위 산업 등 한국 주식시장을 저평가하던 요인들이 해소된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실물 경기와의 연관성이 적다”며 “소비가 늘어나는 ‘부의 효과’를 기대하기에도, 이번 주식 호황은 자산가 위주의 성장이어서 서민들이 이용하는 자영업 활황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자영업은 경기 변동에 취약한 만큼 보다 정교하고 선별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윤지·조경욱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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