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세계가 온통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양상이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첨단 방공망으로 요격하는 장면을 영화 보듯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의 무기 과학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생각하게 된다. 다행히도 우리 기술력은 K-방산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각국에서 인정받고 있다.
과학 기술은 문화 수준과 함께 성장하게 마련이다. K-방산과 K-컬처가 세계 주요 콘텐츠로 떠오른 요즘 우리는 이와 관련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과학 기술과 문화 수준은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개인의 끊임없는 자기 개발이 있어야 하고, 축적된 선배 세대의 성과도 있어야 한다.
우리 선조들은 오래전부터 뛰어난 과학 기술과 문화 수준을 보여 주었다. K-방산, K-컬처라고 할 때 그 ‘K’의 원류가 되는 고려의 문화·기술 수준 역시 빼어났는데, 그 바탕은 고려인들의 높은 학구열이었다. 고려에서는 가난한 집이라도 책이 없는 집이 없으며, 과거에 급제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스승을 찾아 학문을 익힌다는 이야기가 중국에까지 소문이 나 있었다. 1123년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송나라 서긍은 그 말이 헛소리가 아님을 바로 알아챘다. 말을 끄는 마부는 물론이고 객관에서 심부름하는 아이들까지 글을 읽고 쓸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문해력(文解力)을 갖추었다는 얘기다. 그 속에서 나만의 창의성이 발휘되고 그게 뭉쳐 K-방산이 되고 K-컬처를 이루게 된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서술형 수학 문제를 무슨 뜻인지 몰라 풀지 못할 정도로 문해력이 뒤떨어져 있다고 한다. 숫자와 기호로 된 문제는 쉽게 푸는데, 그걸 문장으로 옮겨 놓으면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하는 문해력은 문제 해결 능력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개인들의 문제 해결 능력은 곧바로 사회나 국가의 문제 해결 능력으로 연결된다. 문해력이 키워주는 문제 해결 능력이란 전쟁과 같은 사회적 혼란을 대비하고, 그 위험 요소를 줄이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능력과 마찬가지 의미다.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의 와중에 2026년 새학기를 맞아 각급 학교가 일제히 개학했다. 학생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문해력 숙제를 떠안았다.
/정진오 국장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