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누구도 경험 못한 미래

봉사를 통한 작은 관심·변화는

누군가에 든든한 사다리 역할

공동체 품격 높이는 것을 기억

원정선 수원시 시민복지국 노인복지과 팀장
원정선 수원시 시민복지국 노인복지과 팀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며 시작한 봉사가 어느덧 18년. 마음에 색을 입히며 나도 바뀌고 있었다.

처음 어르신들을 만났을 때 대부분 무기력과 외로움 속에 계셨다. 하지만 자주 만날수록 젊은 시절 추억속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이야기 들어주고, 손 한번 잡아드리고, 함께 산책하는 것을 더 좋아하셨다. “고마워, 또 와, 밥 같이 먹자”라는 말들이 나의 귓가에 맴돌아 다시 또 발길을 옮기게 했다.

아이들도 각자 상처와 사연을 안고 있었다. 미술은 말보다 솔직했다. 어두운 색으로 채워진 도화지, 반복적인 등장은 특정 이미지들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신호였다. 점차 아이들의 그림은 밝아졌고, 표현 방식도 다양해졌다. “제 그림 어때요”라는 아이들의 눈빛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성장이 담겨 있었다.

장애시설 치매미술 활동은 단순한 그림에서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지고 서로의 그림을 보여주며 웃고 박수 치는 공동체 회복의 시간이었다. 또한 기억을 깨우는 통로로 치매 예방과 자존감을 높이는 활동이었다. 옷을 잡고 자기 옆에 오라고 자신의 생각을 묻는 듯 반문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18년, 긴 시간 봉사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변화의 순간을 직접 보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신뢰가 쌓이고 색연필 몆 개, 인사 한마디로 시작된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 누군가 삶의 의지를 되살리고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배우며 나 스스로도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멈추지 않는 배움과 진정성을 갖춘 실천으로 봉사의 가치가 한 단계 더 도약된다. 현재 우리사회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천51만4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50년에는 4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2060년에는 국민 평균 연령을 61.3세로 추정한다. 또한 노인의 자살률이 OECD 1위로 OECD 평균의 약 10배 수준이다. 노년층 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노년기 자원봉사는, 인지 기능을 강화하고 사회적 역할을 회복함으로써 단순한 봉사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봉사를 시작하는 순간, 삶의 의미가 더욱 커지고 고독사 위험을 줄이며 사회적 연결망을 형성할 수도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학력 고소득자가 노인세대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영역이 기대된다. 재능기부를 통한 선배시민의 역할로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맞춤형 매칭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상생의 기반도 한층 단단해질 것이다.

네트워크 구축과 소통으로 고립을 예방하고 액티브한 노년을 만들 수 있다. 평생교육과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노년이 존중받는 문화의 활성화는 세대 간 신뢰도가 높아지고 노년은 부담이 아닌 자산으로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보상이나 사회적 인정은 세대 간 교류를 자연스럽게 촉진하며,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건강한 인지능력도 유지된다. 고령 봉사자에게 별도의 포인트 부여 방식은 상징적 가치를 강화하고 인식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초고령사회에 수동적 복지에서 능동적 사회 참여로 전환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금 하는 일이 당신의 미래를 만든다’.(마하트마 간디)

노년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시간인 동시에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이다. 봉사를 통한 작은 관심과 변화는 사회의 틈새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르신이 사회의 보호 대상이 아닌 기여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때, 세대 간 인식도 달라진다. 봉사는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큰 힘이자 공동체의 품격을 높이는 길임을 기억하며 오늘도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원정선 수원시 시민복지국 노인복지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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