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정선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제 이름을 찾을 수 있게 법이 바뀌면 꼭 다시 연락주세요.” 한국 국적을 회복했지만 러시아식 발음을 기준으로 한 생뚱맞은 이름을 갖게 된 사할린 동포들이 본래 이름을 찾을 수 있도록 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취재에 도움을 준 동포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모두 반가운 목소리로 “언제 내 이름을 되찾을 수 있냐”며 기뻐했다.

‘최이신옥’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최신옥 할머니도 연신 고맙다 했다. 고령으로 법원에 개명 신청하러 가기 어려워 잘못된 이름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한다. 할머니의 원래 이름은 ‘홍신옥’이다. 여성이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는 러시아 문화에 따라 자신의 성씨도 잃었던 할머니는 한국에 돌아오면 본래의 이름을 찾게 되리라 기대했었다고 한다. 오랜 그리움 끝 돌아온 고국도 할머니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았다. 러시아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서툴게 발음하던 대로 주민등록증에 이름이 박혔고, 할머니는 러시아에서도 한국에서도 모두 ‘이방인’이 됐다.

정부의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정착 및 생활안정 지원사업’으로 사할린 동포들이 속속 한국에 돌아오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 섞이지 못하고 외롭게 여생을 보내고 있다. 한국어가 서툰 이들은 언어 장벽으로 경로당이나 노인복지회관 등에서도 소외받는다. 인천 연수구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에는 외로움을 견뎌온 전국 각지의 사할린 동포들이 모이고 있다. 이곳은 전국 유일하게 사할린 동포들만 머무르는 요양시설이다.

사할린 동포는 일제강점기 전쟁 범죄의 피해자이자 국가가 지키지 못한 이들이다. 광복 후에도 6·25 전쟁과 분단, 미·소 냉전으로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오랜 기간 피해 보상과 인권 회복의 기회를 박탈당해왔다. 이들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 것은 역사를 다시 마주하고 지연된 정의를 실현하는 일일 것이다. 오랜 기간 고국을 잊지 않고 살아온 사할린 동포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잡도록 섬세한 포용 정책이 필요하다.

/정선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