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랬으니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이 말 한 마디로 정리된다. 다소 이상하다 싶다가도 예전부터 그랬다, 원래 그렇다라는 말에 의문을 제기하는 쪽이 오히려 미숙하거나 유별난 사람이 되곤 한다. 그러는새 여러 부조리함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잘 포장돼 오랜 기간 지속된다. 침묵과 묵과 속, 개선 움직임도 좀처럼 일지 못한다. 악의가 더해지면 이런 특성이 범법 행위에 악용되기도 한다. 관행의 늪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특별조정교부금(이하 특조금)의 운영도 이런 관행의 늪 속에 있었다. 연간 5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은 이름 그대로 ‘특별한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이를 메우는 데 쓰여야 하지만, 사용 내역을 면밀히 살펴보니 오히려 고개가 끄덕여질만큼 ‘특별하게’ 쓰인 사례를 찾는 게 힘들었다. 가로등을 고치거나 축구장을 설치하는 등 시·군 예산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 다수였고 맨발걷기길 조성처럼 도지사의 역점 사업 비용을 집중적으로 투입한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도 지원받은 금액이 제 목적대로 쓰였던 것도 아니다. 많게는 절반 가까이를 쓰지 못하는가 하면, 엉뚱한 곳에 돌려쓰는 일도 부지기수.
지원 대상 사업과 금액을 결정하는 과정도 마냥 투명하진 않다. 특조금이 으레 ‘도지사의 통치 자금’으로 여겨지는 와중에, 입김이 센 지역 정치인들은 과정마다 존재감을 뽐내기 일쑤다. 전·현직 경기도의원들이 민간 사업자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고 특조금을 끌어다 준 사건은 시간 문제였을뿐, 언젠가 한 번은 터지고 말았을 폭탄 같은 것이었을 터다.
정상 궤도를 한참 이탈한 특조금에 대해 취재 과정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는데 원래 그랬으니까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오랫동안 그래왔어요.”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곳곳에서 자정 움직임과 더불어 개선 필요성을 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조금이 어둡고 깊은 관행의 늪에서 빠져나와, 이름 그대로의 가치를 살릴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