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전공책 들던 낭만이 사라진다
PPT 자료 자리잡아 운영자 한숨
“매출 급감한지 오래, 폐업 고민”
희귀 서적 필요땐 학생들 ‘불편’
4일 오후 2시께 찾은 경기대학교 구내서점. 개강 첫주를 맞아 북적이는 캠퍼스와 달리 서점은 대낮에도 썰렁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30여분 동안 전공책을 사기 위해 서점을 찾는 학생은 10명이 채 안 됐다.
이곳을 운영하는 최모(60대)씨는 “10년 전엔 서점 건물 밖까지 학생들이 줄을 섰는데, 이제는 얼굴을 보기가 힘들다”며 “매출은 절반으로 줄어든 지 오래”라고 말했다. 구내 서점은 지난 20년 간 캠퍼스 터줏대감 역할을 했지만 올해 1학기 영업을 마지막으로 폐업을 고민 중이다.
학생들의 전공책을 책임지는 대학 서점이 추억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종이책 수요 감소로 전공책을 찾는 발길마저 줄면서, 경영난에 빠진 학내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같은 날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복지회관 2층에는 ‘2026년도 1학기 교재 판매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2023년 교내 서점이 문을 닫으면서 2024년부터 학교 측에서 매 학기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1년 내내 문을 여는 서점과 달리 팝업스토어는 학기 초 2주 간 운영된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수원시 내 주요 대학 중 캠퍼스 내에 서점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아주대학교와 경기대학교 2곳이다.
교내 서점이 힘을 잃어가는 것은 학생들 사이에서 비싼 전공책 대신 태블릿 PC에 PDF를 다운받아 공부하는 게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성균관대학교 1학년 전모(20)씨는 “수업 시간에 실물로 된 책이 필요하다고 해서 전공책을 사러 왔는데, 2권 사는 데 7만6천원이 들었다”며 “나머지는 PPT 파일을 다운받아서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대학에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책 대신 PPT 자료로 수업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이 한몫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교내 서점이 사라지면서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전공 서적이 필요한 학생들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모(22)씨는 이날 팝업스토어에서 전공책을 구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한 씨는 “팝업스토어에는 수강생이 많은 수업의 교재나 교양 서적만 팔고 있다”며 “(인원이 적은) 소수 과라 대형 서점에서도 전공책을 팔지 않아서 인터넷에서 판매처를 찾아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학생들이 책이 아니라 온라인 자료로 수업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다 보니 교수들도 종이책보다 PPT로 수업을 준비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며 “책을 읽는 것에 익숙지 않고 핵심만 요약해서 이해하길 원하는 학생들의 독서 문화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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