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처럼 솟아오른 지붕… 다만 침묵의 문을 여소서

 

캠퍼스안 언덕, 나무 사이로 녹 입은 코르텐 강판 주홍빛의 건물

삼각형 내부 들어서면 숲과 하늘의 여백, 계절과 빛으로 물들어

마태복음서 비롯한 ‘소박한 공간’ 이어져 겸손·순종·경건함 확장

밤의 어둠 숨을 쉬듯 존재… 내부의 시간은 깊고 조용하게 흘러

파란 하늘과 하얀 눈밭, 붉은 녹이 스민 ‘초막 셋’이 강력한 색채의 대비를 이룬다.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파란 하늘과 하얀 눈밭, 붉은 녹이 스민 ‘초막 셋’이 강력한 색채의 대비를 이룬다.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전주대학교 교정의 가장 조용한 언덕을 오르면, 시선이 멈추는 지점이 있다. 나무들 사이에서 녹슨 주홍빛의 조형이 뾰족하게 솟아 있는데, 이것이 김준영 전주대 건축학과 교수가 설계한 작은 예배당 ‘숲속 초막 셋’이다. 건물의 모습은 마치 숲이 스스로 마련해둔 제단처럼 보인다. 이 건축은 존재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과장하지 않는다. ‘숲속 초막 셋’은 김준영 교수가 화려함 대신 침묵을 선택해 만든, 아주 작은 규모의 기도 같은 공간이다.

이 건축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뾰족하게 서 있는 지붕의 선이다. 각이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 있는데, 그 모습은 공격적이라기보다 조용한 긴장을 만든다. 기도하는 사람이 몸을 곧게 세울 때의 집중과 닮아 있다. 외벽을 이루는 코르텐 강판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은 색을 띠며 단단한 녹을 입는다. 재료가 낡아가면서 스스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특성 덕분에, 이 작은 구조물은 성경 속 초막이 지닌 소박함과 일시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작은 것 속에서 오히려 더 근원적인 세계가 보이는 방식이다. 강판이 접힌 선은 예리하지만, 숲과 만나는 순간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멀리서 보면 바람을 타고 내려앉은 새 같고, 가까이 다가가면 나무들 사이에 조용히 걸린 천막 같다. 날카로운 형태가 자연 속에서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이유다.

전주대학교 교정의 언덕에 ‘숲속 초막 셋’이 설치돼 있다.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전주대학교 교정의 언덕에 ‘숲속 초막 셋’이 설치돼 있다.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안으로 들어가면 이 건축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가 한눈에 드러난다. 삼각형으로 열린 내부는 기능을 채우기보다 시선을 비워두기 위해 존재한다. 천장의 꼭짓점에서 십자가가 가볍게 매달려 있는데, 벽에 고정되지 않고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상징을 과하게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하늘과 실내 사이를 잇는 얇은 선처럼 보인다. 십자가 아래로는 투명한 프레임이 놓여 있어 바깥 풍경이 그대로 실내로 들어온다. 안에서 무엇을 보라고 지시하지 않고, 숲과 하늘이 스스로 장면을 만들도록 여백을 남긴 구조다. 이곳에서 전시되는 것은 건축 자체가 아니라, 계절과 빛의 움직임이다. 이런 방식은 영적 공간이 가진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람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비워질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일. 이 건축은 그 빈칸을 빛과 풍경으로 조용히 채운다.

‘초막 셋’ 측면 모습.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초막 셋’ 측면 모습.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숲속 초막 셋’의 형식은 성경 마태복음 17장 4절의 한 구절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예수께, 하나는 모세에게, 하나는 엘리야에게.” 베드로가 변화산에서 한 이 말은 서로 다른 세 존재가 한 순간을 공유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건축은 바로 이 순간을 공간으로 번역한다. 그래서 이 예배당은 세 개의 작은 집이 서로 이어진 구조를 가진다. 독립과 연결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 모호함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구성이다. 각 초막은 예수·모세·엘리야를 상징하며 각각의 방향성과 고유한 의미를 지니지만, 세 지붕은 떨어질 수 없을 만큼 가깝게 맞닿아 하나의 몸을 이룬다. 서로 다르지만 함께 있고, 나뉘어 있지만 이어지는 구조다. 개별성과 공동체성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 은유는 소박한 6평 규모의 건축 안에서 겸손·순종·경건함 같은 초막의 상징을 조용하게 확장시킨다.

‘초막 셋’ 내부에서 밖을 바라다본 모습.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초막 셋’ 내부에서 밖을 바라다본 모습.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밤이 되면 이 건축은 전혀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야간 사진 속에서 빛은 강판 표면에 부드럽게 번지며, 종교적 상징보다 이 장소가 가진 고요한 기도를 먼저 느끼게 한다. 외부를 비추는 조명은 형태를 강조하지 않고, 어둠 속에서 건물이 숨을 쉬듯 존재하도록 만든다. 실내의 빛도 마찬가지다. 삼각형을 이루는 구조의 가장자리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은 공간을 밝히려고 애쓰기보다, 사람의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는 흐름을 따라간다. 이곳에서는 침묵이 자연스럽게 설계되어 있다. 어둠과 빛의 비율이 섬세하게 맞춰져 있어, 안에 서 있으면 호흡이 저절로 느려진다. 겉으로는 단순한 구조물이지만, 내부의 시간은 훨씬 더 깊고 조용하게 움직인다.

김준영 전주대 건축학과 교수(전북특별자치도 총괄건축가).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김준영 전주대 건축학과 교수(전북특별자치도 총괄건축가).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이 건축은 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 어떤 공간 앞에서 자연스럽게 침묵하게 된다면, 그 건축은 이미 제 역할의 절반을 한 것이다. 숲속 초막 셋이 가진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스스로를 과장하지 않고, 시간을 적으로 두지 않으며, 숲과 사람 사이에서 아주 작은 숨처럼 자리를 잡는다. 이곳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건물의 것이 아니라, 바람과 빛, 그리고 그 안에 서 있는 사람의 내면이다. 작은 지붕 아래에서 건축은 다시 본질을 묻는다. 나는 무엇을 치유하고, 무엇을 회복시키는가. 그 질문이 조용히 오래 남는다.

/전북일보=이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