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봄호’ 故 조세희 작가 세 편의 글 통해 다방면 다뤄

비대칭적 관계·자본세적 질서… 美 민주주의 위기 분석도

■ 황해문화 2026년 봄호(통권 130호)┃새얼문화재단 발행. 436쪽. 9천원

조세희(1942~2022)가 1970년대 창조한 ‘난장이’의 세계는 끝나지 않는다. 1978년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 초판 출간 이후 50년 가까이 끊임없이 읽히며 2024년 150만부를 돌파하며 문학사를 새로 쓰고 있다. ‘난쏘공’에 등장하는 ‘기계도시 은강’은 인천 동구 만석동 공장지대의 모습을 가져온 것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인천에서 조세희 작가를 추모하는 움직임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얼문화재단이 발행한 ‘황해문화’ 2026년 봄호(통권 130호)에서는 ‘사상의 오늘-여기’란 주제로 ‘조세희와 난장이’를 다뤘다. 세 편의 글을 통해 조세희가 사회적 약자를 상징하고자 창조한 난장이와 그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논한다.

이미진 국립경국대학교 초빙교수는 ‘침묵과 저항’에서 1980년대부터 카메라를 든 조세희가 촬영한 사진과 여러 글을 묶어 낸 에세이 ‘침묵의 뿌리’(열화당·1985)에 주목했다. 조세희는 1980년 4월 ‘사북사건’ 4년이 지난 후 사북탄광 일대를 찾아 그 모습을 사진에 담고 주민(아이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이미진 교수는 조세희가 사북에서 찾은 것은 시민으로서의 ‘죄의식’과 경제개발의 ‘알리바이’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얼굴들’이었다며 “작가로서가 아니라 이 땅에 사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동안 우리가 지어온 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생전 조세희의 말을 인용했다.

차승기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부 부교수는 ‘난장이가 보는 세계’에서 ‘난쏘공’을 비대칭적 세계라고 규정하며 “‘난쏘공’이 단지 대립적 세계를 축조하기보다는 저 비대칭적 관계의 한쪽 편을 택하고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눈을 공유하려 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리경 한국과학기술원 강사는 ‘착취된 자연, 소외된 인간’에서 환경 오염이 만연하고 노동자들은 병든 ‘버려진 검은 기계도시, 은강’의 디스토피아적 묘사에 주목해 ‘난쏘공’이 예견한 ‘자본세적 질서’의 출현에 대해 분석했다. 그리고 조세희가 쏘아 올린 난장이의 세계는 오늘날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조세희의 텍스트가 포착한 ‘불평등의 생태학’은 특정 시대에 한정된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반복·변주되는 자본주의적 폭력의 연대기를 예견한 비판적 통찰로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됐다. 그 불확실성에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황해문화’ 이번 호 특집은 지난 호에 이은 ‘우리가 알던 세계의 종언 2’로 ▲마가MAGA 미국의 초상(이혜정) ▲누가 트럼피즘을 움직이는가?(정태식) ▲미국 공화당의 극우화?(하상응) ▲‘괴물의 시대’에 등장한 트럼프 2.0의 ‘마가 독트린’(서재정) ▲미국이 추구하는 아우타르키적 리바이어던(최명호) ▲트럼프주의의 배신(이강국) 등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룬 글 6편을 실었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벼랑 끝에 선 미국 민주주의와 그것이 세계에 던지는 충격을 심층 분석했다.

이광일 ‘황해문화’ 편집위원은 미국 내부 상황에 초점을 모은 이유에 대해 이번 호 권두언에서 “트럼프의 집권으로 야기된 미국 내외의 혼란과 위기 상황의 향배가 기본적으로 트럼프에 맞서는 미국 내의 ‘데모스의 힘’에 의해, 즉 ‘최소주의적 민주주의’를 넘어 자신들의 통치 의지를 실현하려는 그들의 결속력 정도에 의해 좌우될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