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영 사회부 기자
마주영 사회부 기자

집이란 무엇인가. 집이라고 하면 잠을 잘 수 있는 방, 끼니를 챙기는 부엌, 씻을 수 있는 욕실, 앉아서 쉴 수 있는 거실 등 대개 비슷한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세상 살이에 지친 날 무심코 “집에 가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것을 보면, 집은 단순히 기능적인 공간만은 아닌 듯하다. 힘들 때 돌아가 쉴 수 있는 곳, 그 곳에서만큼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고시원은 집이 될 수 있을까. 정부는 2009년 주택법에 준주택(주택에 준하는 건물) 개념을 도입하고, 고시원을 준주택 중 하나로 분류했다. 불법이던 고시원이 주거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인정을 받은 순간이다. 정부가 ‘이곳에서 살아도 괜찮다’고 일종의 보증을 선 셈이다.

하지만 지난달 수원시 한 고시원 앞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그곳은 집이라고 하긴 어려운 공간처럼 보였다. 옆방에서 난 불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온 이는 “깨어 있었으니 망정이지 잠든 사이에 불이 났다면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이나 복도 천장에는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화재 당시 경보기도 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불이 난 고시원이 언제부터 영업을 했느냐, 관련 법을 어긴 채 어떻게 운영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지자체는 답하지 못했다. 고시원이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2009년 이전에 문을 연 곳들은 실체나 현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에는 공간에 대한 안도감이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무는 곳일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집이 되는 곳이다. 고시원이 주거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인정했으면 그에 맞는 점검이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이곳에서 살아도 괜찮다고 했으면 적어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만한 지에 대한 관심은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마주영 사회부 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