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량 6개월치 확보 불구 상승세
주유소 담합 등 불공정 확인 지시
현장선 “정부 단속 과도한 조치”
미국-이란 충돌로 중동 정세가 악화하자 국내 기름값이 단기간에 급등했다. 석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인천지역 주유소에서 취급하는 휘발유 가격이 불과 이틀 사이 리터당 90원이 뛰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유소 간 담합 등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고 ‘최고가격 지정제’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OPINET에 따르면 인천지역 휘발유 리터당 평균가격은 1천821원으로 집계됐다. 인천 휘발유 가격이 1천800원대를 돌파한 건 2022년 8월9일(1천803원) 이후 약 3년7개월 만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주요 시설을 타격했다는 내용을 공식 발표한 지난달 28일 기준 인천 휘발유 가격은 1천693원이었다. 지난 2일까지만 해도 1천600원대 후반을 유지했지만, 다음날 1천731원으로 급등한 뒤 이틀 동안 90원이 뛰었다. 이날 인천지역 주유소 가운데 1천600원대에 휘발유를 파는 곳은 단 1곳에 그쳤다. 땅값이나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도심지역은 1천800원대가 대다수였고, 일부 주유소는 2천원이 넘는 가격을 내걸기도 했다.
기름값이 급등하자 이 대통령은 이날 임시국무회의에서 최고가격 지정제 등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현재 국내 석유 비축량은 6개월 치 이상 확보돼 있어 당장 ‘석유 대란’을 우려할 상황이 아님에도 2~3일 사이 가격이 폭등하자 기름값 담합 가능성 등 불공정 행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라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아직 객관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폭등했다”며 “최고가격을 일률적으로, 전국적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면 지역별, 유류 종류별로 적용하는 등 현실적 방법을 찾아 신속히 지정하라”고 했다.
이 대통령 지시 이후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태스크포스)’를 열고 석유 판매 가격의 최고가 지정 계획 검토와 가짜석유 판매, 매점매석 등 불법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 등에 나서기로 했다.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통상 국내에 유통되는 석유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2~3주가 걸린다는 점에서 이번 폭등은 이례적이다. 변동된 국제유가 기준으로 산정된 원유를 국내 정유사가 수입해 정제한 뒤 주유소에 판매하는 구조라 국제유가가 급등해도 주유소 판매 가격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름값이 오르려면 정유사가 판매 가격을 올리거나, 유류세가 인상되거나, 주유소가 기름을 판매하고 남는 이윤을 늘리기 위해 판매 가격을 인상하는 3가지 경우가 있다. 이 가운데 유류세의 경우 이미 휘발유 7%, 경유 10% 등 인하된 세율이 적용되고 있어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정부가 정유사의 가격 인상 여부와 전국 주유소의 담합 가능성 등을 조사·단속하려는 이유다.
하지만 주유소 현장에서는 정부의 단속 등에 대해 다소 과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남동구의 한 주유소 점주는 “(이란 사태로) 기름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기름을 넣으러 오는 손님이 늘었고, 기름을 저장하는 탱크도 평소보다 빨리 비어 추가로 채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용 등을 고려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가격이 오르면 저렴한 주유소로 사람이 몰리니 가격도 내려간다. 담합한다고 이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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