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의 유래는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체 인력의 36%인 2천636명 정리해고에 맞선 총파업은 78일 만에 극적 타결됐다. 하지만 싸움의 대가는 혹독했다. 5년 후 법원은 파업 참가자들에게 손해배상 47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청구서를 내밀었다. 판결이 알려지자 셋째 아이를 임신 중이던 배춘환씨가 학원비 4만7천원을 노란 월급봉투에 담아 한 언론사로 보냈고, 이 소박한 행동은 시민 연대의 깃발이자 입법의 마중물이 됐다. 노란봉투법은 2015년 처음 발의됐지만 자동 폐기와 대통령 거부권 등 여러 곡절을 겪었다. 그러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동력을 얻어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고, 오늘(10일) 본격 시행된다. 법이 현실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의 핵심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 노동쟁의 범위 확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다. 노동계는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원청에 대한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등은 이미 수십 개 하청 사업장 노동자 수만명의 교섭 요구 공고문을 원청에 발송했다고 한다. 원·하청 관계가 복잡한 산업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노·노 파열음도 들린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노조는 정부의 ‘1호 시범사업장’ 검토에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한전KPS 정규직노조 역시 하도급 노동자 직접 고용에 반대하고 나섰다.
재계도 초긴장 상태다.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질 것을 우려한 대기업들은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대응 매뉴얼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사용자 범위, 쟁의 대상,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 등 해석이 엇갈리는 탓에 막막할 뿐이다. 특히 원·하청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자동차·조선·건설 업종은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조차 어렵다.
노란봉투법의 취지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노-사가 마치 창과 방패처럼 공격과 방어에만 몰두한다면, 법의 취지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상생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려면 대화와 협력이 우선이다. 12년 전 노란봉투에 담겼던 건 돈만이 아니었다. 노동자의 고통에 응답한 공감과 희망이었을 테다. 그 마음이 법으로 이어졌다. 가보지 않은 길, 노사가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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