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 방지 내세운 ‘정치적 계산’
1400만명 거대광역단체임에도
국가적 보너스 설계과정서 배제
경기도민의 주권, 명백한 침해
행정통합으로 지방행정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대구·경북과 대전·충남, 그리고 광주·전남을 잇는 초광역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는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 2026년 지방선거의 핵심 승부처로 부상했다. 정부는 통합 지자체에 4년간 최대 20조원 규모의 파격적인 재정 인센티브와 권한 이양을 약속하며 ‘메가시티’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국가 구조 개편의 이면에는 ‘지역 소멸 방지’라는 대의명분으로 포장된 정치적 계산과 그 과정에서 소외된 경기도민이 마주한 ‘역차별’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4개 여론조사 기관(케이스탯리서치·엠브레인퍼블릭·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이 자체적으로 지난 1월19~21일 실시한 NBS여론조사(전국 1천1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20.2%,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지역 경쟁력과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응답 53%로, ‘불균형 및 정체성 상실 우려로 부정적’이라는 응답(30%)보다 높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통합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지역별 사정은 달라진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행정통합의 당사자인 대전·세종·충청 지역의 여론이다. 이 지역에서는 긍정 응답(44%)과 부정 응답(43%)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통합의 직접적 수혜 지역조차 내부적인 불신과 우려가 상당하다는 점은, 현재 추진되는 행정통합이 아래로부터의 주민 합의가 아닌 위로부터의 정치적 압박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현재 대구·경북과 대전·충남의 통합 추진 과정은 ‘지방선거 전 성과 내기’라는 정치적 조급함에 매몰되어 있다. 통합 지자체들은 장관급 단체장과 차관급 부단체장 증원, 그리고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요구하며 행정 기구의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톱다운(Top-down)’ 방식의 성급한 추진은 통합 이후 지자체 내 신규 소외 지역을 발생시키고 행정 비용의 폭증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전국적인 통합 열풍 속에서 가장 심각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는 곳은 역설적으로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다. 경기도는 인구 1천400만명의 거대 광역단체임에도 불구하고 행정통합이라는 국가적 보너스 설계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첫째, 재정적 역차별이다. 정부가 통합 지자체에 약속한 수십조원의 인센티브는 결국 한정된 국가 재원의 재배분을 의미한다. 특히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 논의는 경기도 교육 현장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경기도 교육감의 발표에 따르면 “국세-지방세 비율이 65대 35로 조정될 경우 내국세와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연간 최대 2조 원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둘째, 규제와 권한의 역차별이다. 통합 특별법안에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자체 해제 권한 등 300개가 넘는 파격적 특례가 담겨 있다. 비수도권 통합 지자체에는 성장의 족쇄를 풀어주는 반면 경기 북부와 동부처럼 낙후된 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제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통합 지자체는 ‘서울급 위상’을 갖는데, 정작 인구와 경제력에서 압도적인 경기도는 경쟁력을 상실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셋째, 정치적 대표성의 불평등이다. 현재 경기도 광역의원 1인당 인구수는 약 9만명으로 전국 최다 수준이다. 1인당 인구 3만명 수준인 타 지역과 비교하면 경기도민 1표의 가치는 타 지역의 3분의1에 불과하다. 통합 지자체들이 의원 정수까지 늘리려 하는 것은 경기도민의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정치적 역차별이다.
진정한 행정통합은 각 지역이 가진 고유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자치권을 부여하고, 재정 분배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행정통합 광풍 속에 경기도는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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