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이후 ‘견제 없는 독주’ 더욱 강력해져

‘대의 통로’ 잃은 동전의 한면도 챙겨줘야

李대통령 당권력 잠재한 위기 간파… ‘고언’

윤인수 주필
윤인수 주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6·3 지방선거 승리에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환경을 보면 다소 민망한 결기다. 경쟁 없는 선거판세가 전국적으로 굳어지고 있어서다. 장동혁 지도부의 국민의힘은 주군을 잃은 채 용산의 추억에 잠겨 대중과 격리됐다. 서울시장 선거에선 현직 시장이 중앙당 후보 등록을 거부하고, 중앙당 공관위원장은 후보 없는 선거를 각오한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경선이 결선이라는 전망이 공공연하다. 인천시장 선거는 여야의 지지율 격차로 국민의힘 현역 시장은 프리미엄보다 리스크가 커졌다.

용산의 추억에 잠겨 대중과 격리된 국민의힘은 재기를 위한 와신의 의지와 상담의 독기마저 잃었다. 친윤·반탄 현역들은 백의종군 대열에 고개를 박고 기울어진 선거판에 발도 딛지 않는다. 금배지 보신주의로 장동혁 체제를 근근이 유지하다가, 차기 총선 즈음에 이혜훈처럼 각자도생의 길로 흩어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당에서 추방된 혁신의 동력은 미미하다. 지방선거 결과로 보수정당의 재기가 우리 정치의 지난한 숙제로 남겨질지 모른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의 견제 없는 독주체제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보수정당의 정상화까지 지속될 1당 지배 정치다. 민주당 입법권력이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결정하는 권력지형이다. 엄밀히 말해 권력이 권력을 견제하는 삼권분립의 위기다. 대통령은 임기가 있지만 민주당은 없다. 보수정당 정상화가 지체되면 민주당의 정치독점이 이어지고 대통령도 민주당이 만든 권력으로 격하될 수 있다.

민주당이 넓게 품고 멀리 보고 높은 곳을 지향하기를 바란다. 민주당만이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세상이다. 모질게 권력을 과시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행사한 권력의 결과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대의 통로를 잃은 국민을 포용하고 견제를 잃은 국정의 사각을 해소할 수 있고, 그래야 민주당 독점권력의 효용을 설득할 수 있다.

사법3법은 민주당 권력의 자중자애를 평가할 지표다. 재판소원으로 4심제가 현실화됐고, 법왜곡죄로 판사의 재판권·검사의 공소권·경찰의 수사권을 제한했다. 26명으로 늘어난 대법관 중 22명을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다. 사법권력의 상호견제와 자제와 분산을 강제한 입법이다. 지나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굳이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강요할 필요가 없다. 26명 중의 1명인 상징적 권력이다. 민주당이 집중할 대목은 식구였던 김병기, 강선우 의원과 재판 중인 당 소속 의원들이 재판소원으로 무죄추정의 기간을 연장해 임기를 채우고 세비를 챙기는 장면이다. 권력행사는 모질고 결과는 정의에 어긋나면 개혁은 껍데기만 남는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됐다. 노동의 권리를 확대한 만큼 기업의 애로가 깊어졌다. 개정한 상법은 기업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친다. 최저임금제는 소상공인과 단기노동자들의 생태계를 흔들었다. 당정의 대북화해 기조에 불안을 느끼는 계층도 있다. 수도권 경쟁력 강화와 지방균형발전의 양립도 고민해야 한다. 상대가 있는 권리와 정의와 정책은 양가적이다. 대의 통로를 잃은 동전의 한 면도 민주당이 챙겨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정쟁의 주역에서 국정에 유능한 정당으로 한 차원 올라서야 가능한 일이다. 멍청한 불법계엄으로 거머쥔 1당 권력이다. 그 권력에 취해 자기만 옳다고 우기면 외로워진다. 윤석열이 그랬다가 줍다시피한 권력을 잃고 감옥에 있다. 진영의 작은 생각과 세계를 강제해 동전의 한 면을 소외시키면, 외면당한 대중이 섶에 눕고 쓸개를 핥는다. 민주당이 보수정당의 회생에 기여하는 과정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개혁은 조심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권력에 잠재한 위기를 간파했다. 대통령이라는 높은 곳에서 보니 선을 넘는 민주당 권력의 독선이 보였을 테다. 지지율 60%의 대통령이 지지율 40%의 여당에 보낸 고언이다. 국민은 지체될지언정 기어코 권력을 압도한다. 대통령이 이를 민주당에 상기시켰다. 민주당의 장수만세는 민주당에 달렸다. 너그러워졌으면 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