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여론 왜곡 바로잡기 명분… ‘방어적 민주주의’ 차용 무리 지적
법조계 “과잉 규제”… 혐오 우려도
선거기간 중 외국인이 정치에 관한 기사나 논설에 대한 의견을 게시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게재할 수 없도록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국인의 정치 관련 댓글을 규제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위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동발의한 의원들은 여론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법조계에서는 예외적 상황에 쓰이는 개념을 외국인의 정치 관련 의견 표명 전반을 제한하는 근거로 확장하는 건 무리라고 지적한다. 경기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선거철 외국인 혐오 정서를 부추길 수 있다는 등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9일 국회입법현황시스템에 따르면, 개혁신당 이준석(화성을) 의원이 지난달 5일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현재 소관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선거기간 중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에게 외국인의 정치 관련 게시물 제한을 의무화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동발의한 15명의 의원들은 제안이유서에서 “선거기간 중 외국인의 조직적 개입으로 왜곡된 여론이 확산될 경우 사후 규제로는 한계가 있다”며 “‘방어적 민주주의’ 차원에서 정보통신망을 통한 외국인의 선거 개입에 대한 최소한의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외국인의 정치 관련 발언 전반을 폭넓게 제한하는 것은 과잉 규제에 가깝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상현(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매크로 등 조직적 여론 왜곡을 처벌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정치 관련 정보’라는 표현 자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하며,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제한과 처벌 규정과 관련해 불명확한 규정에 대해 여러 차례 위헌결정을 내렸다”고 짚었다.
이어 “‘방어적 민주주의’는 나치 같은 극단세력에 대한 정당해산처럼 예외적 상황에 쓰는 개념으로 외국인의 댓글을 포괄적으로 막는 법안에 끌어다 쓰기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튜브와 같은 해외 플랫폼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실효성 문제를 넘어, 법안의 기준 자체가 일관적이지 않은 대목도 문제로 꼽힌다.
공직선거법은 영주 체류자격 취득 후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해당 법안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 선거와 관련된 경우에만 정치 관련 정보 게시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외국인의 정치적 표현 범위를 좁게 묶은 데다, 선거권 유무를 정치적 발언 허용 기준으로 삼을 경우 선거권이 없는 18세 미만 시민의 정치적 표현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어 허점이 크다는 것이다.
전국 광역 지자체 가운데 외국인 거주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지방선거 때마다 관련 사안이 반복적으로 쟁점화돼 온 곳인 만큼, 도내 시민사회는 선거철을 앞두고 갈등을 부추기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민주주의는 누구나 문제를 제기하고 합의·논의해가는 과정인데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해석 자체를 잘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차별과 혐오가 선거 전략이 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