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에는 망나니 칼춤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망나니는 회자수(子子手)라고도 했다. ‘장길산’에서는 사형수 중에서 망나니를 고르고 그 망나니는 다른 사람을 죽여 자신의 목숨을 연장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장길산 패에 끼게 되는 우대용이 옥에 갇혀 참수형을 당할 처지에서 망나니를 맡게 된다. 우대용은 물길도 잘 알았는데, 강화 교동 수정산 아래에서 해적질할 배도 만들만큼 다재다능했다.
우대용이 봉산 부엉이라는 죄수와 함께 망나니가 되어 형장으로 나가서는 술을 잔뜩 퍼마시고서 망나니 칼춤을 추었다. 북소리가 이들 망나니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가며 죽음의 잔치를 이끌었다. ‘속참행하’라 하여, 빨리 죽여주는 대가로 엽전을 받아내는 장면도 있고, 미친 듯 입을 헤벌리며 웃고, 입에 머금은 물을 널찍한 작두 칼날에 뿌리는 장면도 익숙한 듯 그려진다.
‘망나니짓을 하여도 금관자 서슬에 큰기침한다’는 속담이 있다. 나쁜 짓을 하고도 벼슬아치라는 배짱으로 도리어 남을 야단치고 뽐내며 횡포를 부린다는 말이다. 전세계를 중동전쟁의 소용돌이에 빠트리고 있는 트럼프와 네타냐후를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우리가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빠져들 이유가 전혀 없는데 우리는 이미 엄청난 곤란을 겪고 있다.
이란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목숨을 잃고 대다수 군사시설이 폭격을 당해 회복 불능의 상황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요구하는 무조건 항복을 택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미군 기지가 있는 중동 국가들을 보복 대상으로 삼아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붓고 있다. 세계 에너지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도 봉쇄했다. 이란 자국 경제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 뻔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에도 발목을 잡겠다는 심산이다. 이른바 물귀신 작전이다. 그 물귀신 작전의 선봉은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파가 맡게 됐다. 전세가 트럼프의 생각대로 흐르지 않는 양상이다.
물귀신은 자신만 궁지에 빠지는 걸 원치 않고 다른 사람까지 붙들고 들어가는 게 특기다. 무협지에 자주 등장하는 동귀어진(同歸於盡)이라는 말처럼 같이 죽겠다고 덤비는 사람은 정말이지 무섭다. 이란의 물귀신 전략이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두고 볼 일이다.
/정진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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