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수요 급증에 김 가격 가파르게 올라

마른 김 생산시설 도내 대부도 1곳이 유일

폐수처리·급수시설 초기 진입 어민 부담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K-컬처 열풍에 힘입어 김 수출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0년 1.1억달러에서 2022년에는 6.5억달러로, 지난해에는 사상 최초로 10억달러를 돌파했다. 김은 수출 효자품목이던 참치를 제치고 단일 수산식품 중 수출액 1위에 등극했다. 한국 고유의 전통식품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검은 반도체’란 별명도 얻었다. K-푸드 1위인 라면 수출액(2025년 15억달러)을 거의 따라잡았다. 한국산 김(K-김)의 글로벌 점유율은 70%로 독보적이다.

그러나 김 수출 호황의 그늘도 점차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마른김 10장 기준 소매가격(중품)이 2021년 899원에서 2023년 1천19원, 지난해 1천373원 등으로 가파르게 오른다. 인건비와 에너지비 증가, 규제 강화 탓이나 결정적 요인은 수출수요 급증이다. 김의 소비 비중이 2020년 내수 55%, 수출 45%에서 2023년에는 수출 63% 대 내수 37%로 변했다.

정부는 김의 수출확대와 국내 가격 안정을 위해 2022년부터 김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해양수산부는 ‘제1차 김산업 진흥 기본계획(2023∼2027)’을 추진했다. 고품질 원료 및 김 증산, 고부가가치 창출 등을 위해 2027년까지 김 양식장 2천700㏊ 신규개발과 어업법인화 유도를 통한 규모확대, 자동화시스템 구축, 전국 350여 마른김 공장의 스마트공장으로 전환 지원 등이다.

그러나 원료인 물김의 빈번한 대량폐기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1월에만 물김 6천t이 버려졌다. 물김 주산지인 전남에서만 5천296t이 버려졌고 경인(386t), 전북(208t), 충남(73t), 부산(26t) 순으로 물김 폐기량이 많았다. 양식 면적이 확대된 데다 작황도 양호해 생산량이 늘었다. 김 가격이 치솟으면서 무면허나 면허 범위를 초과하는 불법 양식도 증가했다. 경기도에서는 물김을 타지 중도매상들에 헐값에 넘기는 사례도 빈번하다. 김은 생물이어서 바다에서 건져낸 직후에 바로 건조하지 않으면 버려진다.

김은 포자 배양에서 시작해 바다 양식과 수확, 건조과정을 거쳐 마른김으로 완성되는데 마른김 생산시설 부족이 화근이다. 경기도의 김 생산량은 국내 총생산량의 5%로 전국 4위이나 도내에 마른김 공장은 화성시 대부도 소재의 ‘청춘수산’이 유일하다. 이 공장은 하루 24시간 가동해도 처리량은 10t 남짓이어서 도내의 하루평균 물김 생산량의 10%에도 못 미친다. 남은 물량은 충남, 전남 등지의 마른김 공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김 풍년에는 타지 중도매상들이 물류비가 더 드는 경기도까지 오기를 꺼린다. 화성과 안산 일대에 10여 곳의 마른김 공장이 있었으나 수익성 악화와 민원, 규제 강화 탓에 줄줄이 문을 닫았다.

전국적으로도 마른김 공장들이 줄고 있다. 지자체들이 마른김 공장 확장에 팔을 걷어붙이지만 역부족이다. 경기도가 가장 절박하다. 수도권계획관리지역이 대부분인 도내 해안지역에 하루 50t 이상 폐수배출 시설은 지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2018년 김 세척수에 대한 폐수 재분류가 전국의 마른김 시설확장에 제동을 걸었다. 물김은 바닷물과 지하수로 세척하는데 현행의 물환경보전법에서는 바닷물은 ‘기타 수질’로 분류돼 부유물질과 침전물을 제거한 후에 방류해야 하며, 지하수는 ‘일반 폐수’로 지역별 기준에 따라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김 세척수의 경우 가공과정에서 오염돼 반드시 적정 처리 후에 방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른김 시설은 석유화학·식품가공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아 고비용의 폐수처리시설 설치와 수질검사, 배출 부과금 납부 등으로 부담이 크다. 환경단체들은 “마른김 공장의 폐수 방류가 심각하다”며 김을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폐수처리시설 확충이 관건이나 설치비만 최소 3억∼6억원이 소요된다. 세척용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급수시설 설치는 설상가상이어서 양식 어민들에게 막대한 초기진입 비용이 걸림돌이다. 한국산 김의 글로벌 수요는 더 커질 예정이나 중국·일본의 견제와 동남아 김 산업 급성장이 변수이다. K-김 대박의 남은 과제는 정부의 몫이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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