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을 혼용한다. 계약 여부를 잘 모르는 상태를 일컬어 ‘계약이 불투명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계약이 불확실하다’고도 말한다. ‘계약’ 대신에 ‘규정’으로 말을 바꿔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조금 깊이 살펴보면, 이 두 표현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불투명성은 과거를 지향하고, 불확실성은 미래를 지향한다. 곧 불투명성은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상태를, 불확실성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과거에 일어난 정보가 가려져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기 힘들 때 ‘불투명하다’고 말하고,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을 때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여주시가 시청사 신축 문제로 또다시 갈등하고 있다. 신축에는 다수가 동의했지만 어디에 지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지난 20년 동안 신축을 미뤄온 주된 원인이었다. 그런 여주시가 오는 26일 새 부지에서 신청사 기공식을 갖는다. ‘부지 선정의 공론화’와 ‘임기 내 착공’은 이충우 현 시장의 일관된 공약이었다. 시장이 바뀌면서 청사 신축 계획이 어그러진 전철을 되밟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현 위치 신축을 주장하는 이항진 전 시장은 부지 선정을 위한 공론화 과정의 불투명성을 강조한다. 또 여주초 이전 부지를 활용하면 이전에 드는 막대한 비용도 절약하고 원도심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현 시장은 교육청으로부터 여주초 부지 매각 불가 통보를 받은 공문을 공개해 현 위치를 후보지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음을 입증해 불투명성을 해소했다.
현 시장은 아래부터의 의사 결정 방식인 공론화 과정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고, 착공식이라는 절차적 동력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려 한다. 반면 전 시장은 청사 신축을 위한 여주초 부지 매입은 정치적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불확실성을 떨쳐내려 하고 있다. 과연 여주시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어느 쪽에 더 큰 신뢰를 보낼까.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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