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고용청앞 유족·인권단체 집회
“덮개만 있었어도 뚜안 죽지 않아”
“사고 소식을 들은 베트남의 가족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12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깐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친한 동생이던 뚜안(23)씨를 떠올리며 이렇게 호소했다. 홀로 삽을 들고 컨베이어벨트 아래로 들어가 작업하던 끝에 숨진 청년 이주노동자(3월12일자 7면 보도)의 유족과 지인이 바라는 것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 있는 후속 조치였다.
이날 경기이주평등연대 등 전국의 이주인권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천의 자갈·모래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베트남 국적 이주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선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베트남 국적 뚜안(23)씨는 지난 10일 오전 2시40분께 이천시 호법면 한 자갈·모래 제조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 설비 점검 중 팔이 기계에 끼여 숨졌다. 당시 공장 내부 설비 구역에는 안전 덮개와 CCTV가 없던 상황이었다. 설비에 이상이 발생하자 상사의 지시를 받은 뚜안씨가 삽을 들고 혼자 내부로 들어가 작업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주인권 단체들은 소규모 제조업 현장의 허술한 안전감독 아래 이주노동자가 가장 위험한 작업에 내몰린 현실을 드러낸 사례라고 비판했다. 특히 작동 중인 대형 설비 아래로 노동자가 홀로 들어가 점검 작업을 하다 벌어진 점을 들며 사측 책임은 물론 고용노동부 역시 특별근로감독과 철저한 조사·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용덕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활동가는 “비상 스위치와 인터록 센서, 덮개, 2인 1조 원칙, 베트남 출신 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는 안전교육까지 모두 없었다. 점검 때 기계를 멈추고 위험구역 접근 시 즉시 작동을 멈추는 장치나 덮개만 있었어도 뚜안씨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동부의 관리감독 흔적도 없었고, 고용허가제 아래 이주노동자는 위험에 대해 말조차 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도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 김용균, SPL, 그리고 또다시 비슷한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계를 멈추지 않은 채 점검·정비 작업을 시키는 관행은 사실상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주인권 단체들은 경기고용노동청 담당자들과 면담했다.
한편, 경찰은 뚜안씨 시신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규명할 방침이다. 뚜안씨의 빈소는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 국화 7호실에 차려졌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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