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17년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선 라운드 8강에 진출했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바늘구멍 같았던 2실점 이하, 5점차 이상 승리의 경우의 수를 뚫고 얻은 귀중한 티켓이다.
한때는 세계 최강을 달렸던 한국 야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번번이 수모를 겪었다. 2021 도쿄올림픽에서는 6개 국가 중 4위를 기록했고,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서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 야구는 리그 1천200만 관중을 돌파하고,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에 야구팬들에게서 ‘우물 안 개구리’, ‘거품 리그’라는 자조 섞인 비판을 듣곤 했다.
어쩌면 쇠락하고 있던 한국 야구가 이번 WBC로 부활의 불씨를 틔운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8강 진출의 주역은 ‘야구황금기’를 보고 자란 ‘베이징키즈’다. 한국 야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등 황금기를 보냈다. 국제대회 강자 이승엽, 정근우, 이대호가 타격을 터뜨렸고 류현진-윤석민-김광현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류윤김 트로이카’가 마운드를 지켰다.
이를 보고 자란 2000년생 문보경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4경기에서 혼자 11타점을 올리며 역대 1라운드 최다 타점 신기록을 작성했다. 2003년생 동갑내기 김도영과 안현민도 홈런포와 결승타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다 대표팀에 온 이정후, 김혜성을 비롯해 대표팀 대부분이 베이징키즈다.
이번 WBC에서는 류현진과 노경은도 포함되며 대표팀의 기둥을 맡았다. 위기의 순간마다 마운드에서 관록을 보여주며 두려움을 떨쳐냈다. 한국 야구가 그토록 원했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순간이다. 세계 정상까지 가기 위해선 미국,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등 강자를 꺾어야 한다. 기적을 본 국민들은 또다시 기대를 건다. 한국 야구가 다시 세계 정상에 오르길 기도한다.
/이영선 문화체육부 기자 ze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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