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라더니 그대로네”… 주유소 가격표 앞 소비자 ‘한숨’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도내 판매가 여전히 1천800원대
재고·유통비 영향 즉각 인하 어려워
석유 최고가격제가 30년 만에 시행됐지만 기대했던 가격 인하는 현장에서 크게 체감되지 않는 분위기다. 공급가격 상한선이 ℓ당 1천700원대 초반으로 설정됐지만 경기도 주유소 판매가격은 여전히 1천800원대에 머물면서 소비자들의 기대와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13일 오전 화성 병점구의 A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모두 ℓ당 1천899원에 표시돼 있었다. 이날부터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안고 주유소를 찾은 일부 운전자들은 가격표를 확인한 뒤 혀를 내두르며 돌아서기도 했다. 인근 주유소 가운데 일부는 휘발유 가격이 1천700원대 후반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1천800원대 중반 수준에 머물렀다.
수원 영통구의 B주유소는 ℓ당 1천784원으로 일대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을 보였다. 해당 주유소에는 주유를 기다리는 차량 행렬이 이어졌지만 대부분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만난 직장인 채모(45)씨는 “정부에서 유가 상한제가 시행한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오늘 나왔다”며 “막상 나와 보니 대부분 1천800원대라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 오늘은 조금만 넣고 더 기다려 보려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유가 상승기에는 가격이 빠르게 반영되는 반면 하락 국면에서는 인하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학원차량을 운전하는 김모(67)씨는 “전쟁이 시작하자마자 하루에 100원씩 올리더니 내릴 때는 많아야 수십 원 수준이라 체감은 크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도내 주유소 현장에서는 제도 시행 첫날부터 판매가격이 크게 내려가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최고가격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설정된 상한선이기 때문이다. 주유소 판매가격에는 유통비용과 마진이 반영되는 데다 이미 높은 가격에 들여온 재고가 남아 있어 즉각적인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개별 주유소에서는 비싸게 들여온 재고를 먼저 소진해야 해 공급가격이 내려가더라도 판매가격이 바로 떨어지기는 어렵다”며 “통상 공급가 변동이 지역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일정한 시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중동 전쟁 여파로 기름값이 ℓ당 1천900원대를 돌파하자 지난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 카드를 꺼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에 따르면 향후 2주간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은 ℓ당 휘발유 1천724원, 경유 1천713원을 넘을 수 없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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