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뚜안 고국 베트남 유족 비통

동생들 학비 벌기 위해 한국행 택해

국내 직계 없어 의사 못 묻고 부검

유족 대리인 “공개사과·재발방지를”

사측 “공장 중단·장례 최대한 지원”

베트남 응에안 현지에 마련된 뚜안씨 빈소의 영정사진. 가족과 이웃, 마을 주민들이 빈소를 지키며 고인의 귀향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유족 제공
베트남 응에안 현지에 마련된 뚜안씨 빈소의 영정사진. 가족과 이웃, 마을 주민들이 빈소를 지키며 고인의 귀향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유족 제공

스물셋 청년 뚜안씨(3월13일자 5면 보도)의 빈소가 한국과 고국 베트남, 두 나라에 차려졌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 그리고 베트남 북중부 응에안의 한 마을에 그를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화꽃으로 테두리를 두른 영정 속 그는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웃고 있다. 하지만 고국의 빈소는 아직 그를 맞이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뚜안씨가 고향으로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중이다.

“말로 다 못할 아픔”… 23살 이주노동자 죽음에 시민사회 규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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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소식을 들은 베트남의 가족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12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깐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https://www.kyeongin.com/article/1760142

13일 정오께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뚜안씨의 사촌 누나 린(24)씨는 베트남 현지에서 보내온 사진을 휴대전화로 보여줬다. 불이 켜진 마당에는 이웃과 친척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린씨는 “뚜안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서 늘 웃고 화낼 줄 모르며 착하고 친절한 동생이었다”며 “한국에서도 추석 같은 명절이나 같은 고향 사람들의 결혼식이 있을 때면 다 같이 모이곤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동생을 최대한 빨리 베트남으로 데려갈 수 있도록 법적 지원과 필요한 모든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응에안 현지에 마련된 뚜안씨 빈소에 가족과 이웃, 마을 주민들이 모여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유족 제공
베트남 응에안 현지에 마련된 뚜안씨 빈소에 가족과 이웃, 마을 주민들이 모여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유족 제공

뚜안씨는 5남매 중 장남으로, 동생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생활이 팍팍한 고향을 떠나 부산의 신발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더 나은 조건을 찾아 2024년 5월 자갈·모래를 생산하는 이천의 A공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지난 10일 새벽, 홀로 컨베이어벨트 아래로 내려갔던 그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사촌 형 반뜩(26)씨가 기억하는 뚜안씨도 늘 밝게 웃는 사람이었다. 그는 “어릴 때 한동안 함께 살아 정말 아끼는 동생이었다.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당황스럽고 믿기지 않았다”며 황망해했다.

산재 사고로 심하게 훼손된 시신을 부검해야 한다는 사실은 유족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겼다. 전날 부검이 마무리됐고 ‘다발성 손상에 따른 출혈’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구두소견이 나온 가운데, 뚜안씨의 시신은 현재 안치실에 머물러 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고국에 있는 뚜안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 소식에 실신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고, 국내에 직계 가족이 없다 보니 부검 의사를 묻는 통상적인 절차마저 생략될 수밖에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뚜안씨의 빈소. 국내에 머물고 있는 친척과 친구들이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2026.3.13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13일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뚜안씨의 빈소. 국내에 머물고 있는 친척과 친구들이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2026.3.13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청년 이주노동자 뚜안씨의 죽음 이후 노동 현장을 둘러싼 문제도 하나둘 드러났다. 사고 현장을 비추는 CCTV가 없어 정확한 사망 시점과 경위조차 곧바로 확인되지 않고, 2인1조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채 컨베이어 가동 중 점검 작업이 이뤄졌다. 이주인권 단체들은 전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아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 의견서를 전달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이주노동법률센터 소금꽃나무의 이용덕 활동가는 “현장에는 컨베이어벨트 자동정지장치나 덮개, 펜스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없었다”며 “노동자를 위험에 무방비로 방치한 책임에 걸맞은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사측은 유족 지원과 후속 조치를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A공장 관계자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어제 장례식장에서 영상으로 베트남 유족분들께 사죄드렸다”며 “장례 절차와 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지원하겠다. 모든 것이 정리될 때까지 공장 가동은 하지 않을 것이고, 내부 정리를 마치는 대로 향후 조치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