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1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양국에겐 무역이 의제일 테지만, 우리에겐 북·미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전례가 있다. 2019년 한미정상회담차 방한해 김정은과 6·30 판문점 정상회담을 가졌다. 몇 달 전 노딜로 끝난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 격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격적으로 판문점에 등장했다. 김 위원장 덕분에 트럼프는 군사분계선 넘어 방북(?)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으로 대서특필됐다.
트럼프는 재선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김정은에게 재회를 프로포즈했다. 지난해 10월 경주 APEC 때도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을 졸랐다. 이란 침공으로 국내외 비판에 갇힌 트럼프다.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엔 북미 정상회담만한 이벤트가 없다. 김 위원장도 재회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최근 노동당 대회에서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북한의 핵무장국 지위 인정을 요구했다. 북한이 재회를 위한 밀당의 주도권을 잡은 형세다.
이란과 북한은 미국의 악의 축이었다. 지금 미국은 핵무장 직전이라며 이란을 초토화하면서, 핵무장국 북한엔 정상회담을 간청한다. 핵무장국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국제정세다. 중국은 6년만에 북중 국제여객열차 운행을 재개했다. 김 위원장에게 집적대는 트럼프를 향한 오래된 연인의 선물공세 같다. 러시아는 북한 병사와 포탄으로 우크라이나 전선을 유지한다. 핵무장국 북한을 향한 미·중·러의 러브콜 경쟁이 뜨겁다.
가수 윤하는 연인과의 이별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사건의 지평선’에 빗대 노래했지만, 세계사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 무지했던 약소국들의 절규가 가득하다. 지평선 너머 발생한 대항해시대를 꿈에도 몰랐던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는 차례차례 유럽 제국들의 식민지가 됐다. 우리도 구한말 시대 지평선 너머 세계사에 무지했던 탓에 근현대의 고난을 면치 못했다.
세계가 핵무장을 기준으로 사건의 지평선을 새로 긋는 형국이다. 핵무장국 간의 국제질서 재편은 비핵국가들의 시계(視界)를 초월한 블랙홀을 만들 수 있다. 핵무장국 상호의 이익이 비핵화 국가 전체의 이익을 압도하는 국제질서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북한의 적대국이다. 핵무장국 미국과 북한이 상호 이익에 집중하면 한국의 운명은 사건의 지평선 너머 블랙홀에 갇힐 수 있다. 언제든 성사될 북미 정상회담이다. 사건의 지평선 안에 갇히면 큰일 날 세계정세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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