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시행… 인하 체감 안돼
상한선 1700원, 실제 1800원 중반
올릴땐 빠르게 내릴땐 갖은 핑계
운전자들 가격표 확인뒤 차 돌려
석유 최고가격제가 30년 만에 시행됐지만 기대했던 가격 인하는 현장에서 크게 체감되지 않는 분위기다. 공급가격 상한선이 ℓ당 1천700원대 초반으로 설정됐지만 경기도 내 주유소의 평균 판매가격은 휘발유와 경유 모두 여전히 1천800원 중반대에 머물러, 소비자들의 기대와 온도차를 보였다.
15일 오전 화성 병점구의 A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모두 ℓ당 1천899원에 표시돼 있었다. 지난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안고 주유소를 찾은 일부 운전자들은 가격표를 확인한 뒤 혀를 내두르며 돌아서기도 했다. 인근 주유소 가운데 일부는 휘발유 가격이 1천700원대 후반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1천800원대 중반 수준에 머물렀다.
ℓ당 1천755원으로 수원 영통구 일대에서 가장 저렴한 B주유소에서 만난 직장인 채모(45)씨는 “정부에서 유가 상한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나왔다”며 “막상 나와 보니 아직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 오늘은 조금만 넣고 더 기다려 보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도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의 평균 가격은 ℓ당 각각 1천840.65원, 1천840.84원으로 최고가격제 시행에 대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한제 시행 전 ℓ당 1천900원대과 비교할 때 가격은 내렸지만 현장의 반응은 만족스럽지 않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유가 상승기에는 가격이 빠르게 반영되는 반면 하락 국면에서는 인하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정부의 개입에 따른 영향도 반영 속도가 시원치 않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올릴 때는 안하무인이더니 내릴 때는 갖은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내 주유소 현장에서는 최고가격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설정된 상한선이기 때문에 제도 시행 초기부터 판매가격을 크게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주유소 판매가격에는 유통비용과 마진이 반영되는 데다 이미 높은 가격에 들여온 재고가 남아 있어 즉각적인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올릴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도 “개별 주유소에서는 비싸게 들여온 재고를 먼저 소진해야 해 공급가격이 내려가더라도 판매가격이 바로 떨어지기는 어렵다”며 “통상 공급가 변동이 지역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일정한 시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중동 전쟁 여파로 기름값이 ℓ당 1천900원대를 돌파하자 지난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 카드를 꺼냈다.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에 따르면 향후 2주간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은 ℓ당 휘발유 1천724원, 경유 1천713원을 넘을 수 없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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