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수수료 명목 노동인권 침해
농가주 체불… 예방장치 구멍 현실
시·군 최대 3~4명 MOU에 교육까지
단속보다 이주민 안착 고민 의견도
계절근로자 제도가 농업인들의 호응을 받으며 농촌 곳곳에 퍼지는 사이, 이에 따른 부작용과 개선과제들도 앞다퉈 고개를 들고 있다.
■ 돈 떼먹는 ‘브로커’들
국내 고용 사정에 어두운 이주노동자의 약점을 이용해 임금을 떼먹는 등 노동인권을 침해하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강원 양구군에 들어온 필리핀 계절노동자 90여 명은 총 2억원가량의 임금을 체불당했다며 노동당국에 집단 진정을 제기했다. 해외 중개 브로커로 끼어든 업체가 항공료 등 수수료 명목으로 임금을 갈취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농가주들이 직접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도 여전히 적지 않다. 지난해 양주에서는 계절근로자 제도로 해외인력을 공급받은 농업인 2명에 대한 임금체불 신고가 시에 접수됐다. 시가 즉각 노동청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체불보증보험을 통해 임금을 보전하는 등 급한 불은 껐지만 크고 작은 체불 발생을 원천 차단하기엔 예방장치가 촘촘하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제도 지침상 아직 벌점을 주는 정도에다가, 진정절차는 길고 사업주를 직접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시군에 가중되는 업무
계절노동자의 가파른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제도 위탁사무를 하는 시군의 제한된 인력이 늘어나는 업무를 감당해 낼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시군 산하기관이나 농업재단 등에 전담업무를 맡기는 곳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보통 시군의 경우는 최대 3~4명 담당공무원이 해외국가와의 MOU 체결, 체류 외국인뿐 아니라 사업주에 대한 관리와 교육까지 맡고 있어 업무 부담을 크게 느끼는 형편이다.
농어업고용인력지원 특별법 개정으로 최근 계절근로자에 대해 임금체불보험·농어업인안전보험 등 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것도 시군들에는 또 다른 짐이 되고 있다.
이에 정부 부처는 시군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제도 보완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기도도 산하 농수산진흥원을 통해 사업주 대상 운영 교육을 기존 연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의무보험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는 등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체류 외국인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권리 구제를 강화하기 위해 각 부처별 인력과 업무를 집중하는 전담 TF팀을 신설했고, 불법 브로커 등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법 집행의 실효를 높이기 위해 출입국 관서에 전담 조사관을 배치하는 등 체계를 마련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브로커 처벌 조항과 계절근로 중앙·지방 전문기관 설치근거가 마련됐는데, 이 중 중앙전문기관이 계절근로자 선발과 체류 시 브로커 문제 등을 막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지방전문기관은 지자체 필요에 따라 설치돼 국내에서의 제도 운영 관련 지원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감시·단속보다 ‘지속 가능한 노동’ 고민해야
다만 처벌과 감시 위주로의 변화가 아닌, 계절노동자 등 이주민들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안착시켜야 할지 고민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 등 문제가 반복되는 건 이들의 직업이 지속가능한 것인지, 또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는지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의 소통이 원활하게끔 국가별 통역 시스템이 확장돼야 하고, 이를 통해 사업장이 공정하고 윤리적인지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 대표는 “미국이 강제노동국을 제재하는 무역법 301조를 들어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처럼 인권 문제가 교역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계절근로자 제도 관련)법무부 중심의 감시 일변도로 가기보다 노동권 보호에 전문성이 있는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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