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에 안정적 전력 중요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은 ‘보검’

SMR, 반도체·AI 큰 동력될 것

에너지 자립, 국방 차원서 핵심

김진호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진호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국제정세는 각종 사건이 복합적으로 얽혀 위기를 증폭하는데, ‘에너지 안보’도 이와 같다. 과거 에너지 수급이 단순히 자원을 싸게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전통적 경제 원리였다면, 오늘날 에너지 안보는 국가 생존권, 경제 주권 그리고 군사 자립을 결정짓는 핵심 국력이라 할 수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문제로 국가산업 가동 중단이 논의되는 현실은 에너지 전략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 중점 과제임을 알려준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로 대변되는 첨단 산업에 안정적 전력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에서 에너지 안보는 현재와 미래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에너지 자급률이 18%에 불과하며, 수입 의존도도 93%에 달하는 전형적 에너지 자원 수입국이다. 원유의 70%, LNG의 20% 이상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는 구조는 한국 에너지 안보와 경제의 가장 치명적 문제다. 최근 미국-이스라엘-이란 등 중동 지역 전쟁 중에 코스피 지수가 요동치는 사례는 에너지 위기가 금융과 실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시아태평양 에너지연구센터(APERC)가 제시한 ‘4A 이론’인 가용성(Availability), 접근성(Accessibility), 경제성(Affordability), 수용성(Acceptability)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는 심각한 상태다. 자원 수입처는 있으나 수송로가 분쟁에 취약하고, 가격은 국제정세에 따라 통제하기 어렵게 급등락하며, 탄소 중립이라는 환경적 제약과 사회적 갈등이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안보 강국이자 경제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에너지 안보와 주권’은 필수적 과제다. 이런 면에서 적어도 접근성을 높일 방법인 남북 경협을 통한 수송로 확보와 수입처 다각화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특히, 가용성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원자력은 한국이 에너지 주권을 획득할 수 있는 ‘보검’이라 볼 수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 원전 시공과 운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를 통해 입증된 ‘On Time, On Budget(합의된 일정과 비용 범위 안에서 공정을 완수했다는 프로젝트 성과 기준)’ 공정 기술은 한국 원자력 발전 능력의 장점이라 본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유럽연합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원전을 에너지 안보의 핵심으로 재설정한 사실도 한국 원전 산업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차세대 ‘소형 모듈 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기술과 시공 능력 확보는 한국 에너지 안보의 황금 열쇠로 반도체와 AI 산업의 큰 동력이 될 것이다. SMR은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나 AI 데이터센터 인근에 직접 설치가 가능하며 송전망 확충 지연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며 무탄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최적의 방법일 것이다.

에너지 자립은 국방 차원에서도 국가 안보의 핵심이다. 최근 전쟁 양상에서 보듯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타격은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는 ‘비대칭 전술’로 활용되는데, 외부 전력망에 의존하는 군사 시설은 안보상 치명적 약점이 된다. 또한 에너지 비축과 관련 시스템의 원활한 운영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국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현재 정부는 여러 방법으로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는 단순한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이 멈추지 않고 돌아가게 만드는 추진 동력이자 이는 경제적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만드는 것과 같다. 우리가 에너지 주권을 확보할 때 AI와 반도체라는 미래 산업의 꽃도 만개할 수 있고, 국가 안보도 강화될 것이다.

미래 첨단 산업 경쟁에서 에너지 안보와 주권을 유지하는 국가만이 확실한 장밋빛 미래가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정부 주도와 민간 협력으로 이 과업을 완성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는 국력이며 가장 시급한 국방과 경제 및 사회를 위한 중요한 과제다.

/김진호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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