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밝히려 우리 노래 부르리라. 굳건한 이 소리로 이 세상을 고치리라.” K팝에 오스카가 들썩였다. ‘헌터스 만트라’의 판소리로 시작한 공연은 사자보이즈의 갓을 쓴 무용수와 사물놀이 악사 등 24명이 황홀한 장관을 연출했다. 황금빛 깃발이 휘날리는 무대에서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는 극 중 걸그룹 ‘헌트릭스’로 분해 ‘골든’을 열창했다. 객석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티모시 샬라메, 기네스 팰트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노란빛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했다. 아이돌 콘서트장 소품이 K민주주의의 서사를 거쳐, 이제 세계 무대의 풍경이 됐다. K컬처가 세계의 언어가 되는 순간, ‘국뽕’이 차오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글로벌 신드롬이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6월 공개된 이후 글로벌 누적 시청 수 5억회를 돌파하며 넷플릭스 영화와 시리즈를 통틀어 역대 최고 화제작으로 기록됐다. ‘케데헌’은 골든글로브 어워즈와 그래미상에 이어, 지난 15일(현지 시각)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관왕에 올랐다. ‘케데헌’은 디즈니와 픽사 스튜디오의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고, OST ‘골든’이 K팝 최초로 주제가상까지 거머쥐었다. 두 개의 오스카 트로피는 단지 성취의 상징이 아닌, 한국 문화가 글로벌 주류 문화로서 동등하게 경쟁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K팝과 애니메이션의 결합이 빚어내는 문화적 파급력이 얼마나 강렬한지 온 세계가 목격했다.

“저와 닮은 분들이 주인공인 이런 영화가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미안합니다. 이 상을 한국과 전 세계 한국인에게 바칩니다.” “이 곡은 성공이 아닌 회복에 관한 노래입니다.” 감독 매기 강과 가수 겸 공동 작사·작곡가 이재의 ‘K헌사’는 뭉클한 울림을 남긴다. 수상 소감이 강제 중단돼 홀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K컬처는 상처받지 않을 만큼 굳건하다.

이제 세계는 한글 가사를 외우고 떼창하며 K팝에 열광한다. 한국적 미감과 역동적 에너지, 치유의 메시지를 지닌 K팝은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당당히 서 있다. BTS가 완전체 컴백무대를 앞두고 있다. 오스카의 케데헌 응원봉 불빛에 이어, 21일 대한민국 광화문 광장은 ‘아미밤(BTS 팬클럽 응원봉)’과 보라색 물결로 가득 찰 것이다. K컬처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된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