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단위’ 무의미한 숫자 경쟁… 좋은 일터 실현에 주목

6·7기 구체 제시 안한 후보가 승리

8기 60만 vs 30만개 ‘다다익선 선택’

실업자보다 많게 10배 ‘뜬구름 잡기’

근본적 원인과 해답에 초점 맞춰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되는 ‘일자리 공약’이 유권자의 판단을 흐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인천의 한 취업박람회에서 구인 게시판을 살피고 있는 구직자들의 모습. /경인일보DB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되는 ‘일자리 공약’이 유권자의 판단을 흐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인천의 한 취업박람회에서 구인 게시판을 살피고 있는 구직자들의 모습. /경인일보DB

‘일자리 공약’은 역대 인천시장 선거에서 매번 중요하게 다뤄졌다. 민선 5기 시장 선거부터 민선 8기까지 선거 공보물을 살펴보면 각 후보들은 일자리 창출 목표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숫자가 얼마만큼 유의미한 정보로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차기 인천시장 후보들이 무의미한 일자리 숫자(量)보다는 얼마나 좋은가(質)에 집중하고 실행 가능하게 만드는 비전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조언한다.

■ 일자리 숫자 대결 펼쳐진 인천시장 선거

2010년 민선 5기 인천시장 선거는 현직 안상수 후보의 40만개 일자리와 송영길 후보의 20만개 일자리의 대결로 단순화할 수 있다. 안 후보는 ‘서민 위한 일자리 40만개 창출’이라는 구호를 내걸며 동시에 공공부문 일자리도 7만8천개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구체적 계획도 소개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검단산업단지 조성사업,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립, 도시재생사업 등 대규모 토건사업이 40만개 일자리 근원이었다. 도전자 송 후보 또한 “서민경제를 살려내겠다”고 했다. 또 인천이 실업률 1위였다는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며 ‘민생위기’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동시에 ‘고용도시 인천’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4년 동안 일자리 20만개 창출과 실업률 3% 이하라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일감(일자리)과 일손(노동력)이 넘쳐나는 중소기업 천국 인천을 만들겠다”고 했다. 토건사업을 근거로 제시한 안 후보와 달리 부품소재·바이오·의료·물류·IT 등 5대 신성장동력산업 집중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결과는 송 후보의 승리였다. → 표 참조

일자리 숫자 대결은 민선 6·7기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성사되지 않았다. 6기 현직 송영길 후보는 지난 선거보다 10만개 늘어난 30만개를 제시했고, 유정복 후보는 일자리와 관련한 구체적 숫자를 제시하지 않았다. 7기 선거에서는 현직 유정복 후보가 ‘좋은 일자리 50만개 창출’을 제시했다. 반면 상대 박남춘 후보는 숫자 없이 ‘일자리 혁명’을 내세웠다. 6기에서는 숫자를 제시하지 않은 유 후보가 승리했고, 7기 선거에서도 숫자를 제시하지 않은 박 후보가 당선됐다. 민선 8기에서는 박남춘 후보의 30만개와 유정복 후보의 60만개가 격돌했다. 박 후보는 ‘임기 내 30만개 일자리 육성’을, 유 후보는 ‘맞춤형 일자리 60만개 조성’을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제시한 유 후보가 유권자 선택을 받았다.

■ 유권자 판단 도움 주지 못하는 일자리 개수

전문가들은 ‘개수’로 표현된 일자리 공약이 유권자에게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오히려 일자리 문제 본질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하고 혼동을 준다고 지적한다.

인천 고용 상황을 구체적인 숫자로 뜯어보면 이러한 공약이 실효성과는 거리가 먼 얘기임을 잘 알 수 있다. 2026년 2월 기준 인천의 전체 실업자 수는 6만명 선이다. 대체로 5만~7만명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실업률은 2026년 2월을 기준으로 3.4%이며 통상 3~4% 수준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후보들은 전체 실업자 수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10배 가까이 많은 일자리 개수를 매번 선거에서 제시해왔음을 알 수 있다. 제시된 일자리 개수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개수 중심의 일자리 표현 방법이 일자리 ‘순증’(純增)에 대한 고려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생기는 일자리가 있으면 감소하는 일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일자리 감소 원인과 배경은 무엇인지 어떻게 감소를 막아야 하느냐 등은 정책적 관심에서 멀어지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후보들이 일자리 공약을 제시하면서 얼마만큼 지속 가능한 계획인지, 실행 가능성은 있는지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하운 전 한국은행 인천본부장은 “후보자들은 일자리 숫자뿐 아니라, 일자리의 질과 실현 가능성, 또 일자리 문제의 원인과 해답을 수도권 전체로 눈을 돌리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