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이 12일부터 시행됐다. 이제 법원의 판결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기본권 보호를 한층 두텁게 하겠다는 재판소원의 취지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패소 당사자가 반사적으로 헌법소원을 남용한다면, 사실상 상급심이 하나 더 생기는 것과 다름없다. 법조계에서 헌법소원을 빙자한 ‘재심형 분쟁’이 속출할 가능성을 우려했던 이유다.

천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은 지난 2024년 7월 라이브방송을 켰다. 전 남자친구이자 소속사 대표였던 A씨가 4년 넘게 폭행과 협박을 일삼고 40억원 넘게 갈취했다는 내용은 충격이었다. 경찰에 고소했고 그가 목숨을 끊으면서 사건이 종결됐다는 사실도 밝혔다. 2023년 종결된 아픈 과거를 스스로 공개한 이유에는 이른바 렉카 유튜버들의 협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제역과 함께 기소됐던 주작감별사(전국진), 카라큘라(이세욱), 크로커다일(최일환)은 2심에서 내려진 형이 확정됐고, 쯔양은 악몽에서 해방됐다.

하지만 기쁨은 순식간에 다시 악몽으로 변했다. 재판소원 시행 첫날 쯔양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같은 날 쯔양을 협박하고 금품을 뜯어낸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실형이 확정된 구제역(이준희)이 재판소원 청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구제역의 법률대리인은 SNS에 구제역의 손편지를 공개하고 위헌적 수사와 재판을 바로잡겠다고 주장했다. 재판소원과 법왜곡죄 등 사법개혁 3법(형법 개정 등)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께 감사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조롱인지 감사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긴 싸움을 하고 있는 쯔양 입장에서 재판소원이 악용될까 두렵다. 기본권 보호라는 사법 개혁이 쯔양 사례로 시험대에 올랐다.

재판소원은 낯선 제도가 아니다. 1951년 독일을 시작으로 스페인(1979년), 대만(2018년)이 차례로 도입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예외 없이 엄격한 사전심사라는 방파제를 세워두었다.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의 90% 이상을 본안 심리 없이 걸러낸다. 사전심사 관문을 통과한 사건도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비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재판소원은 기본권 침해의 최후적 구제 수단이어야 한다. 원칙이 흐트러지는 순간, 제도에 대한 신뢰 또한 흔들릴 것이다. 피해자의 고통만 길어진다면 정의가 아니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