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기후공약, 유권자 사로 잡는다
인천 거주 남녀 1012명 인식조사
‘정치 상관없이 투표 고민’ 52%
도시계획 관점 구성 필요 지적도
인천은 확장하는 도시다. 도시 면적도, 인구도 그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개발’과 ‘환경 보전’ 사이에서 균형잡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언제나 인천의 숙명적 과제였다. 역대 인천시장 선거에서 후보들은 환경 관련 공약을 내세웠지만 대부분 당시 단기적 현안이거나 단발성·화제성 공약인 경우가 많았다. 지역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그동안 환경 관련 공약이 다른 분야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선언적인 차원에 그쳤다고 지적한다. 기후위기에 직면한 현시점에서 환경을 중심에 둔 정책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인천에서는 한때 ‘닭발 가로수’가 속출해 지역 환경단체들이 이슈화에 나선 일이 있었다. 도심 내 녹지공간 확충을 위해 ‘바람숲길’을 조성하며 가로수를 심었는데, 가로수의 나뭇잎이 건물의 일조권을 침해하거나 상가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군·구에서 과도하게 가지치기 작업을 진행해 벌어진 일이었다. 시민들에게 녹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바람숲길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유행처럼 등장했지만 정작 녹지를 만든 이후 관리 방안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었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환경 관련 정책은 경제·산업, 보건·복지, 교육 등 다른 분야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의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연관해 기업들도 친환경을 고려한 사업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이 폭염·폭우 등 재난으로 인해 삶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복지정책과 환경정책을 연계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대응력이 요구되는 시기다.
그러나 민선 5~8기 인천시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환경 관련 공약은 개발·교통·산업 등 다른 분야 공약보다 후순위에 배치되거나, 주로 선거 당시 현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선 5기 시장을 뽑는 2010년 선거 당시에는 현역인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가 추진한 계양산 골프장 건립 사업을 두고 범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송영길 후보가 녹지축 보전을 주장하며 대립했다. 민선 7~8기 선거에서 경쟁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와 미래통합당 유정복 후보는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며 맞섰다.
기후위기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면서 기후·환경 관련 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녹색전환연구소와 사단법인 로컬에너지랩이 지난달 2일부터 15일까지 인천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후위기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평소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기후 공약이 좋으면 (해당 후보에게)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는 응답자 비율이 52.4%로 나타났다. ‘기후 공약에 관계없이 평소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률 26.0%의 2배다.
전문가들은 이번 6·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환경 공약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정구 기후생명정책연구원 대표는 “살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환경 정책이 기본이 돼야 한다”며 “환경을 중심에 두고 그 위에 경제, 사회, 복지 등 각 분야를 구축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이사(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장)은 “탄소중립이나 기후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공약이 선언적으로나마 나오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인천은 여전히 성장하는 도시인데, 친환경적 관점으로 도시계획을 편성하는 게 민선 9기 시장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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