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안전공업의 녹아내린 외벽 샌드위치 패널이 화재 당시의 아비규환을 짐작케 한다. 철판 사이의 스티로폼은 화마의 통로가 된다. 철판에 가려 불길이 눈에 보이지 않아 손쓸 틈도 없이 건물 전체를 삼킨다. 연기와 폭발음 속에 작업장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샌드위치 패널은 시공이 빠르고 비용이 절감된다는 장점 대신 상시적인 불안과 공포를 떠안아야 한다. 그 대가는 참혹했다. 점심시간 직후 불시의 화재로 직원 14명은 주검으로, 60명은 부상을 입은 대형 참사로 번졌다.

샌드위치 패널 건물 외부에는 위험물 금속 나트륨 약 101kg이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트륨은 물과 접촉하면 수소를 발생시키고, 건물 한 채를 통째로 날릴 정도의 위력을 지닌다. 소방 당국이 나트륨을 먼저 제거한 뒤 본격 진압에 나선 이유다. 2024년 6월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때 리튬이 인화성 가스를 내뿜으며 연쇄 폭발했던 악몽이 되살아난다.

더욱 참담한 것은 이른바 ‘유령 공간’의 존재다. 동관 2층과 3층 사이, 설계도면과 건축대장 어디에도 없는 100평(330㎡) 규모의 복층에 탈의실과 헬스장이 있었다. 창문이 작아 연기가 빠지지 못했고, 통로마저 제한적이었다. 이곳에서만 9명의 희생자가 발견됐다. 가까스로 탈출한 한 직원은 평소 화재경보기가 잦은 오작동을 일으켜 경보음에 둔감했다고 증언했다. 재난은 방치된 위험과 관행이 된 안전불감증이 중첩되다 임계점에 다다르면 터져 나온다.

설립 73년 된 안전공업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차량용 중공밸브를 국산화해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연 1천억원의 수출 실적을 성실히 쌓아 올리는 동안, 정작 회사명인 ‘안전’은 등한시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샌드위치 패널, 불법 증축, 안전관리 부실, 그리고 무뎌진 경각심.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비용 절감과 편의가 안전보다 앞서는 한 참사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사후 수습이 아니라 사전 차단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가연성 외장재 사용 제한, 불법 공간 전수조사, 경보 시스템 신뢰성 확보, 정기적인 실전형 대피 훈련을 낱낱이 점검하고 바꿔야 한다. 참사는 ‘최악이 최악과 맞물린 결과’다. 그 최악은, 우리가 이미 알면서도 외면하고 방치해 온 것들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