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유류할증료 인상 소비자 부담
컨테이너값 올라 물동량 감소 우려
식자재업체 직격… 식탁물가 걱정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오일 쇼크’가 재현될 조짐이다. 특히 항공·해운 등 물류업과 수출 제조업을 핵심 산업으로 둔 인천에서는 고유가와 고환율이라는 이중고 속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과 고(高)환율이 이어지면서 항공·물류 업계 전반에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는 유가 상승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각 항공사는 다음 달부터 유류할증료 인상을 예고했지만, 급등한 연료비를 모두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부담도 겹쳤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료와 연료비, 정비비 등을 대부분 달러로 지급하는 구조여서 원/달러 환율 상승이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유류할증료는 항공권 결제 시점의 환율이 반영되기 때문에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용은 늘고 여행 수요는 위축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시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항만 물류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동 사태 영향으로 해상 운임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3일 기준 1710.35를 기록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전인 지난달 27일(1333.11)보다 28.3% 상승했다.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20피트 컨테이너 운임은 기존 300~350달러 수준에서 최근 450~500달러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인천항은 중동으로 향하는 중고차 수출 비중이 높은데, 운임 상승에 더해 해당 항로 선박에는 보험료까지 추가로 붙고 있다”며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두바이유 배럴당 가격(싱가포르에서 거래된 현물 가격 추정값)은 158.85달러로 지난달 27일(71.24달러)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전날(19일)에는 160달러를 돌파하는 등 유가 급등 조짐이 심상치 않다. 여기에 환율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천500원선을 넘어섰다.
국제유가 급증에 이어 환율마저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1천500원을 돌파하면서 인천 산업계 전체가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정유업계는 물론 석유화학 제품을 원재료로 하는 반도체와 화장품 분야 등에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출렁이면 생산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다른 제조업계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고유가는 중소 식자재 유통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통비용 상승에 따른 식탁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인천 서구 원창동에서 식자재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황지훈(33)씨는 불과 몇 주 사이 급등한 경윳값에 근심이 커지고 있다. 1t 트럭 3대로 매일 도매상에서 떼온 식자재를 식당에 납품하고 있는데, 월 200만원을 넘지 않았던 기름값 비용이 이달에는 2배가량 늘어 벌써 400만원에 근접했다. 중동 사태 이전만 해도 1천400원대였던 경윳값이 1천9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유가 급등으로 인한 타격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도매 업체도 기름값 상승을 이유로 식자재 배송을 중단하면서, 황씨와 직원들이 도매상 창고로 가서 직접 물건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도매상과 식당 양쪽을 모두 오가야 하는 탓에 기름값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황씨는 “정부에서 대책을 발표하는 등 금방 안정될 거라 믿었는데, 막상 내릴 조짐을 안 보이니 고민이 크다”며 “이대로면 식당에 납품하는 식자재 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다”고 했다.
산업 전반에 걸쳐 위기가 고조되면 물가가 상승하고 성장은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외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단기 대책으로 정부가 핵심 원자재 비축량을 풀고, 재정을 조기에 집행해 물가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주엽·한달수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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