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환율… 인천 경제 ‘흔들’
K-뷰티 수출, 지역비중 20% 달해
내달까지 계속땐 생산중단 가능성
포장재 전반 ‘석유화학 원료’ 의존
‘살얼음판’ 정유공장 가동률 줄여야
원유 100달러선 돌파 산업 충격파
공습으로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극심한 타격을 받은 이란이 에너지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지역 인근 국가에 대한 공격에 나서며 전황은 더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는 예측 불가의 상황 속에서 ‘중동 불안’이 장기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원료를 수입해 수출하는 제조업 도시 인천에 드리워지는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 → 표 참조
■ ‘K-뷰티’ 핵심 타격 불가피
인천 대표 주력 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화장품 제조 분야에서 위기설이 현실화할 조짐이 보인다. 우리나라 ‘K-뷰티’ 수출액에서 인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
화장품은 화학 업종에 속한다. 화장품은 천연 원료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석유화학 원료를 비중 있게 사용하는 제품이 더 많다.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원료가 많아 중동 원유 수급 상황이 화장품 업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부 화장품 원료는 품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현장에서는 전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발주한 물량의 절반만 입고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모발용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PEG(Polyethylene glycol·폴리에틸렌글리콜)로 원유에서 만들어지는 화장품 원료 제품이다.
류지만 스킨애플 대표는 “이런 사태가 만약 4월과 5월에도 이어진다면 화장품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며 “필요한 원료가 한두 가지도 아니고 또 무한정으로 재고를 확보할 수도 없어서 자체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화장품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 튜브, 마스크팩 파우치 포장재 등 화장품 판매에 필요한 포장재 전반이 석유화학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 제품을 만든다 해도 화장품을 담을 용기를 만들 수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이미 계약된 물량을 제때 출하하지 못하는 상황만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 정유·화학 업계 치명타
인천에는 대규모 정제 설비를 갖춘 정유 및 석유화학 업체도 있다. 이들 업계도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해 원유 공급이 막힌다면 결국 공장 가동률을 줄여야 한다. 가동률을 줄인다는 것은 석유제품 생산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나프타 등의 수급이 우려된다. 정유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Naphtha)는 플라스틱, 비닐, 화장품 등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가 된다. 원유 도입 감소로 나프타 생산량이 줄면 석유화학 전반에 원재료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나프타의 해외 유출 최소화를 위한 수출 관리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체 원유 사용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염려되는 대목이다. 생산 제품별로 특정 유종(경질유, 중질유 등)에 최적화된 설비를 운영하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대체 원유를 들여올 경우 특정 제품 수율이 낮아지거나 이를 조정하는 별도 비용이 발생해 수익성이 악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 제조업 도시 인천 생산비용 증가
이러한 위기가 특정 업종에 그치지 않고 인천의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 중심으로 생산비용 충격이 집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리스크’ 보고서를 보면 호르무즈 봉쇄 시나리오를 S1(단기 공급 충격, 수일~3주)·S2(중기 공급 차질, 1~3개월)·S3(구조적 공급 충격, 3개월 이상)으로 나눠 살펴본 결과 S1만으로도 제조업 생산비는 5.4%, 서비스업은 1.4%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S3 단계에서는 제조업 11.8%, 서비스업 3.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은 대외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비중도 크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인천경제의 충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연구원 빙현지 전문연구원은 “단기·장기 충격 시나리오에 적용한 원유 가격 전망치가 70~80달러 선이었는데, 현재 원유 가격은 이미 100달러 선을 돌파한 만큼 제조업과 서비스업 양쪽 모두 더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운송·항공·해운 등은 원가 상승으로 인한 타격이 이미 시작됐고, 석유화학과 금속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을 거쳐 일반 제조업까지 충격 확산이 불가피한 구조”라고 했다.
/김성호·한달수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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