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사업 일환으로 조성
15명 청년 예술가들 ‘아지트’
예술활동 통해 공동체 기반 마련
일반인 위한 ‘오픈 스튜디오’ 추진
시장 안은 장 보는 사람, 식사를 하러 온 사람, 시장 구경을 나선 관광객들로 하루종일 북적인다. 사람들은 손에 시장바구니나 검정색 비닐봉지를 들고 바쁘게 지나간다. 순대곱창 골목의 식당들은 손님들을 맞느라 손길이 분주하다. 400여개 점포가 밀집해 있고 순대곱창골목으로 유명한 안양의 대표 전통시장 ‘안양중앙시장’의 모습이다.
전통시장은 평범한 서민들의 삶이 살아있는 곳이다. 치열한 일상과 그 속에서 재미를 찾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구석구석 가득하다. 그런 곳 한복판에 ‘예술 창작 사랑방’이 생겼다. 언뜻 ‘시장 안에 예술 공간이라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치열한 삶의 현장이자 구석구석 다양한 모습들이 가득한 전통시장은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창작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더 열정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중앙시장 한복판에 문 연 ‘청년랩’
지난 7일 간소한 오픈식을 하고 운영을 시작한 안양중앙시장 ‘청년랩(Lab)’은 그렇게 중앙시장 한복판 건물 3층에 문을 열었다. 입구는 순대곱창골목의 오래된 식당 ‘삼덕집’ 왼쪽으로 난 계단. 아직 청년랩을 알리는 간판이나 현수막 같은게 없다.
“이제 문을 열었기 때문에 부족한게 많아요. 작가들과 지인들은 많이 찾아와서 익숙하지만, 처음 오시는 분들은 생소하실꺼에요. 시에서 곧 입간판과 안내판 등을 제작해 설치한다고 하니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청년랩에서 만난 도시재생청년예술인협동조합 위창완 대표는 조금 큰 사무실 정도 되는 크기(84㎡)의 이 공간이 청년 예술가들에게 정말 소중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기반이 부족해 자신만의 작업실을 운영하기 어려운 젊은 예술가들이 안정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자, 함께 모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추진할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곳. 전통시장 특유의 다양함을 만날 수 있고, 인정 넘치는 사람들과 꾸밈 없는 소통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청년 예술인 협동조합
청년랩 운영을 맡은 도시재생청년예술인협동조합은 ‘삶과 생활속 예술’을 표방하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15명의 청년 예술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뿌리는 2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지역 예술가그룹 ‘스톤 앤 워터’다. 2002년 만안구 석수동에 처음 창작공간을 연 스톤앤워터는 석수시장 프로젝트, 안양천 프로젝트, 석수 아트 프로젝트, ‘우리 동네 이야기’를 주제로 한 기억 프로젝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등 많은 활동으로 지역에 기반을 다져왔다.
이들은 안양시의 제안으로 ‘경기 더드림 재생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생전 처음으로 예술인협동조합이라는걸 결성하게 됐다. 경기 더드림 재생사업은 경기도가 구도심 재생을 위해 추진하는 공모사업으로, 안양시는 2024년에 선정돼 지난해부터 사업에 돌입했다. 청년예술인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청년랩을 조성·운영하는 것은 안양시 더드림 재생사업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조합이 맡은 역할은 더드림 재생사업의 1단계에 해당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공동체’다. 청년랩을 아지트 삼아 중앙시장 일대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며 지역과 소통하고 문화적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해 8월 조합 인가를 받자마자 9월말에 중앙시장에서 ‘2025 안양 백야예술제’를 개최했는데, 시장 곳곳에서 다양한 공연과 체험, 설치미술, 회화·사진 전시, 미디어아트 및 키네틱아트 등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백야예술제는 예술가들에게는 창작활동의 무대를 열어주고, 시장에는 재미와 활력을 더해준 성공적인 프로젝트라는 평을 받았다.
누구에게나 오픈된 ‘예술 사랑방’
청년랩은 청년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오픈된 ‘예술 사랑방’이기도 하다. 누구나 들어와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하고 작가들의 작품 활동도 엿볼 수 있다. 이곳의 15명 예술가들은 사람들과 가까이 하는 예술을 표방하고 있는데다가 회화, 사진, 미디어, 설치, 행위예술 등 장르도 다양해서 ‘얻어갈 수 있는’게 많다.
“연성대와 계원예대 등 인근의 대학들과도 접촉을 하고 있어요. 관련 학과 학생들이나 예술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이곳을 찾아와 함께 공부하고 활동하며 지역에 좋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곳 청년랩을 잘 다듬고 가꿔서 일반인을 위한 오픈 스튜디오 역할도 하고, 창작 워크숍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지역의 예술기반을 넓혀 갈 계획입니다.”
위 대표와 청년 예술가들은 올해도 백야예술제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의 활동은 자칫 팍팍해지기 쉬운 지역 주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더하고, 예술을 통한 소통과 공동체 의식 확대, 그리고 청년층과 외부인 유입을 통한 도시재생 기반 확보라는 커다란 밑그림을 그려낼 것으로 기대된다.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