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경쟁력 약화, 절대 수용불가” vs 박찬대 “통합설 근거없는 억측”
정부 “확정된 바 없다” 논란 불거져
인천시장 후보들 입장 달라 ‘공방’
졸속 통합 저지 시민대책위 출범
정책 일원화·효율성 통합 필요
인천공항 투자 시기 놓칠수도 있어
‘세계 1위 공항’ 운영사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만성 적자’ 지방공항 운영사인 한국공항공사, 그리고 영남권에 공항을 새로 짓는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등 3개 기관을 통합하는 문제로 인천 지역 사회에 적지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 공항공사 통합론 재부상
두 거대 공항운영사에 대한 통합 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진보당 윤종오(울산북구) 국회의원은 “국민 안전과 편의,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공항 공사 통합에 대한 연구용역 등 구체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비례), 국민의힘 권영진(대구 달서구병) 국회의원 등도 지방공항 운영 활성화 차원의 통합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지금 인천공항에서 국내 공항으로 가기 어렵다. 김포로 돌아나와 가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졌다. 현 정부는 ‘지방우선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공항공사 통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논란을 해소할 만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전혀 확정된 것이 아니다. 민간영역에서 언론, 국회 등을 상대로 언급됐던 모든 내용을 끌어와 모아놓은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했다. 국회도 비슷하다.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재경부 실무자 차원에서의 논의에 그치고 전혀 논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 자체가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인천 정치권 대립… 시민사회 반발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제적 실익보다 정치적 논리가 앞선 강행’이라며, 인천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졸속 통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시장은 “흑자 경영의 글로벌 허브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이 만성 적자인 지방공항 운영권, 10조원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건설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인천국제공항 5단계 확장 등 꼭 필요한 재원이 타 지역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 인천의 권익을 훼손하는 시도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통합 논의를 두고 ‘뜬소문’이라는 입장을 냈다. 민주당 박찬대(연수갑) 국회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 “인천공항 통합설은 근거 없는 억측”이라는 글을 올렸다. 박 의원은 “국토교통부·재정경제부 장관에게 확인했다. 뜬소문으로 시민이 불안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도 “인천국제공항에 더 과감히 투자해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공항 또한 특성에 맞게 육성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튼튼해야 균형발전도 성공한다”고 했다.
지역 시민단체는 정부의 인천국제공항 통합 시도에 반발하며 인천 정치권이 하나된 목소리를 내줄 것을 촉구했다. ‘인천공항 졸속 통합 저지를 위한 시민노동대책위원회’가 지난 18일 공식 출범했고, 지난 22일엔 인천사랑범시민네트워크가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을 비롯한 송도·청라 등 주민단체 반발도 만만치 않다.
■ 효율성 vs 리스크… 통합 득실은?
중요한 것은 통합의 득실(得失)이다. 통합으로 발생하는 효율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존재한다. 하성영 경운대학교 항공지원본부장은 “공항 개항 초기에는 조직 분리가 필요했지만, 현재는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정책 일원화와 효율성을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며 “공항공사가 하나로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효과만큼 우려도 존재한다. 양대 공항공사의 재정 구조적 측면에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인천공항 역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이 분산되면 투자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인천공항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가 예상된다. 하나는 전면 통합이다. 단일 운영사가 될 경우 항공 네트워크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어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질 경우 급변하는 허브 공항 경쟁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고, 투자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다른 대안으로는 프랑스식 모델이 거론된다. 허브 공항의 수익과 투자 구조를 보호하면서 일정 수준만 재정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역시 재정 이전 상한선과 지방공항 구조조정이 병행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장은 “공항공사 통합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항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국민 편익을 함께 고려해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김주엽·김희연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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