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만 빠진 징수촉탁
‘질서위반행위규제법’ 맹점 악용
체납처분 형식적인 절차만 존재
타지역 빠져나가면 제재 역부족
“손발이 묶인 채 싸우라는 격입니다.”
정부와 경찰이 징수 고삐를 죄겠다고 나섰지만 일선 행정 현장의 체감 온도는 싸늘하다. 타 지역으로 빠져나간 체납 차량을 쳐다만 봐야 하는 징수 체계의 허점 때문이다. 수백만원의 과태료 딱지를 단 얌체 체납 차량들이 전국을 활보할 수 있는 배경에는 지역 단위에 가로막힌 징수 권한이 있다.
25일 차량 과태료와 지방세·지방행정제재 부과금 등의 근거가 되는 관련 법령을 분석한 결과, 지방세와 달리 자동차 과태료를 다루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는 타 지역 행정청에 징수를 맡길 수 있는 ‘징수촉탁’ 규정이 없어 관할을 벗어나면 제재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었다.
겉으로 보면 같은 자동차 관련 체납이지만 법은 이를 다르게 취급한다. ‘자동차세’ 같은 지방세는 지방세징수법 제18조에 따라 징수촉탁이 가능하다. 체납자의 주소나 재산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있으면 그 지역 세무공무원에게 징수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지자체끼리 협의해 다른 지역 차량의 번호판 영치나 강제 집행에 나설 수 있는 이유다.
반면 주정차 위반, 책임보험 미가입, 검사 지연 등 ‘차량 과태료’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으로 규율한다. 이 법 제24조 제3항은 체납처분에 관해 ‘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른다’고 규정하지만 지방세처럼 다른 지자체에 징수를 맡길 수 있는 징수촉탁 조항은 두고 있지 않다. 결국 체납처분 절차만 존재할 뿐 타 지자체 공무원이 현장에서 곧바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근거는 빠져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세 체납 차량은 다른 지역에서도 번호판 영치 같은 조치가 가능하지만 차량 과태료 체납 차량은 타 지자체 공무원이 눈앞에서 적발하더라도 곧바로 강제 제재에 나서기 어렵다. 지자체 경계에서 징수가 단절되면서 차량 관련 과태료 미납은 행정안전부 집계 기준으로도 이미 수천억원대 세외수입 누수로 불어났다.
경기도 역시 이를 제도적 미비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고 있다. 도가 파악한 2023년 말 기준만 해도 도내 시·군의 차량 관련 과태료 누적 체납은 40만건, 3천억원을 넘어섰다. 전국 단위 세외수입 누수가 도 안에서도 상당한 규모로 쌓여 있다는 얘기다.
도 관계자는 “지방세는 징수촉탁 제도가 있어 전국적인 단속이 가능한데, 차량 과태료는 징수촉탁 근거가 없어 현장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