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감독 이력 핵심 단서 불구

별도 부서 소관… 수사 공백 우려

성남지청 “폭넓게 살펴보는 중”

지난 11일 이천시 호법면의 한 자갈·모래 제조 공장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된 가운데 컨베이어벨트 설비 아래 안전모가 놓여 있다. 이곳에서는 전날 베트남 국적의 20대 노동자가 설비 점검에 나섰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2026.3.11 /유혜연기자 pi@kyeongin.con
지난 11일 이천시 호법면의 한 자갈·모래 제조 공장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된 가운데 컨베이어벨트 설비 아래 안전모가 놓여 있다. 이곳에서는 전날 베트남 국적의 20대 노동자가 설비 점검에 나섰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2026.3.11 /유혜연기자 pi@kyeongin.con

홀로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에 투입됐다 목숨을 잃은 베트남 청년노동자 뚜안(23)씨 사망사고(3월23일자 7면 보도)를 수사하는 고용노동부 성남지청 중대재해수사과가 사고 이후 보름이 지나도록 이천 중앙산업 관계자들을 입건하지 않은 한편, 해당 사업장의 과거 노동부 감독 이력을 수사의 핵심 단서로 들여다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뚜안 진상규명 이제 시작… 김동연 경기도지사 “법 위반땐 엄중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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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던 어두운 공장에서 멈춰 선 것은 스물세 살 베트남 청년노동자 뚜안씨(3월19일자 7면 보도)의 삶이었다. 한 줌의 재가 된 그는 이제 하노이행 비행기에 실려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노동현장에 남겨진 물음에 아직 답은 없다. 앞서 본보 보도로 지난 1
https://www.kyeongin.com/article/1760629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감독 소홀 여부 등은 이번 사고가 누적된 안전관리 부실의 결과인지 가를 단서가 될 수 있는데도 관련 이력을 별도 부서 소관 업무로 돌리면서 수사 초기부터 공백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경기남부경찰청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중앙산업 관계자 3명을 입건했다. 지난 20일에는 노동부와 합동 현장조사를 벌였으며 사고 당시 기계가 작동 중이었고 뚜안씨가 혼자 작업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사고가 난 컨베이어벨트에 대한 감식은 아직 진행 중이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는 노동부 성남지청은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에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입건한 관계자는 없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와 별개로, 노동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이번 사고가 누적된 안전관리 부실의 결과인지 가려내는 데 있다. 중앙산업에 대한 과거 감독과 시정 이력 등은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밝힐 핵심 자료다. 반대로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 등으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역시 노동부 내부에서 확인해야 할 규명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고 원인을 입체적으로 짚을 핵심 자료가 수사 단계에서 곧바로 공유되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성남지청 관계자는 “입건 자체는 내부적인 절차에 불과하고 동료 작업자·회사 관계자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폭넓게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수사가 늦어지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해당 사업장의 감독 이력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수사과는 산안법·중처법 수사를 담당하고 일반 감독은 별도 부서 업무”라며 선을 그었다. 유관 부서 협조를 통한 이력 파악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폭넓게 살펴보는 중”이라고 답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징역형 실형 선고 비율이 8%가량에 그치는 현실에서 초동 수사가 부실하면 결국 경영 책임자 처벌도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노동부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사측 대리를 맡은 A법무법인은 배·보상 협의에서도 시간을 끌고 있다. 유족 대리인단이 이미 인증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A법무법인은 준비에 한 달가량 소요되는 영사관 공증 위임장을 재차 요구하며 배·보상 협의 자체를 미루는 상황이다.

이용덕 이주노동법률센터 소금꽃나무 활동가는 “대형 로펌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에 미칠 악영향만 강조하는 공포 마케팅을 펼쳐왔는데 이번 사망사고에서도 시간을 끌며 유족의 요구를 무리한 것인 양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노동부의 늑장 수사는 회사가 진상을 은폐하고 사건을 축소할 시간을 벌어준다. 이번에는 달라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짚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