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11회 서해수호의 날이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에서 희생된 55인의 장병을 기리기 위해 2016년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바다는 여전히 평안해 보이지만, 결코 저절로 주어진 평안이 아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놓인 일상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고 산다. 매년 돌아오는 3월 넷째 주 금요일은 묵직한 울림으로 망각을 일깨운다.
“선배님, 우리 바다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날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수원 삼일공업고등학교는 올해도 어김없이 추모를 이어갔다. 55인의 영웅 가운데 고 박경수 상사는 삼일공고 졸업생이다. 장성은 교장은 “해양소년단 활동을 했던 박 상사가 절도 있게 예도(禮刀)하는 모습이 생생하다”고 제자를 회상한다. 박 상사는 2001년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해 꿈을 이뤘다.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에서 총상을 입고도 다시 바다로 돌아갔고, 2010년 3월 천안함과 함께 산화했다. 삼일공고는 박 상사를 학교장(葬)으로 떠나보냈고, 해마다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추모한다.
삼일공고의 ‘삼일’은 3·1절을 뜻한다. 국운이 쇠하던 구한말, 독립운동가 임면수, 이하영 목사 등 수원의 젊은 유지들이 뜻을 모았다. 1907년 민족의식과 애국심을 심어주기 위해 ‘삼일학당’을 설립했다. 1919년 3·1운동 이후, 교명이 ‘삼일’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은 교과서를 빼앗기고, 교사들은 폐교 협박까지 받았다. 결국 1940년 교명이 강제 변경되는 시련을 겪고, 해방 후인 1946년에야 교명을 되찾았다. 1950년 6·25전쟁 때는 네덜란드 부대의 야영장으로 운동장을 제공하기도 했다.
연혁이 증명하듯 삼일학원은 항일 독립운동의 성지이자 국난극복의 증인이다. 삼일공고의 입학식은 3·1절이다. 2023년부터 신입생들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다. 독수리역사사절단은 독도 지킴이로 나서고, 글로벌 아카데미 활동을 통해 네덜란드 현지와 역사 교류도 이어간다. 배움의 출발이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과 맞닿아야 한다는 민족학교의 학풍이자 자부심이다.
삼일공고는 박 상사의 정신을 기리고자 흉상 설치를 추진 중이다. 돌에 새긴 얼굴 하나가 때로는 교과서의 서사를 압도할 테고, 교문을 오가는 후배들이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테다. 이름을 부르는 일, 산 자가 떠난 자에게 할 수 있는 숭고한 예우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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