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의 죽음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기억과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죽음은 우연히 그리고 당연히 맞이하는 의례 같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을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Sein-zum-Tode)’라고 규정했다. 그는 죽음을 단순한 생물학적 종말이 아니라 인간이 삶을 가장 진지하게 자각하게 만드는 사건으로 보았다. 죽음을 외면하는 삶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흘러가는 ‘비본래적 삶’이지만, 자신의 죽음을 직면하는 순간 비로소 ‘나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우리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죽음은 여전히 금기이며, 준비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는 사건처럼 취급된다. 이 지점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웰다잉(Well-Dying)’이다. 웰다잉은 단순히 고통 없이 죽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마지막까지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하며, 관계를 정리하고,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과정 전체를 포함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가 도입되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는 의료 중심의 연명치료에서 벗어나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사회적 선언이었다. 하지만 문서 한 장으로 존엄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웰다잉은 제도 이전에 인식의 전환이며,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다.
이런 변화의 요구는 수도권 북부 도시인 의정부시에서도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의정부는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0%에 육박하며, 독거노인의 수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녀 세대가 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부모 세대만 지역에 남는 구조는 정서적 고립을 심화시킨다. 노년의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 자체보다 ‘혼자 남겨지는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의정부시는 다양한 노인복지 정책을 시행 중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 맞춤형 돌봄 서비스, 응급안전안심시스템, AI기반 안부 확인 서비스 등은 생존 안전망을 강화하는 중요한 장치다. 또한 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건강 프로그램과 사회참여 활동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방문형 돌봄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를 만들고, 저장하고, 처리하고, 전달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안전관리 시스템은 독거노인의 생존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의미있는 역할을 하고있다.
이처럼 우리는 ‘오래 사는 시대’에 살고 있다. 평균 수명은 이미 80세를 훌쩍 넘겼고 의료기술은 생명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서는 거의 준비하지 않는다. 병원 중환자실의 기계음 속에서 임종을 맞는 장면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지만, 그것이 과연 우리가 진정으로 원했던 마지막 모습이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쉽사리 답하지 못한다.
웰다잉은 의료정책의 일부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가치이다. 존엄은 병상 위에서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의 대화와 준비, 그리고 지역사회 신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자체들은 어떤 방향으로 이러한 웰다잉을 실천해 나갈 수 있을까? 단순히 복지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노인복지관에서의 웰다잉 교육을 정례화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창구를 확대하며, 지역병원과 협력해 완화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단순한 복지서비스 제공을 넘어, 존엄한 마무리를 지원하는 도시 전략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중장년층부터 생애 말기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 웰다잉은 노년의 문제가 아니라 전 생애의 과제다. 웰다잉은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태도가 곧 마지막을 준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미정 (재)서강전문학교 사회복지학과 총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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