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받이 떨어진 채 도착한 물건

물량에 쫓기는 배달노동자들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찜찜해

본드로 수리해서 쓰면 되겠네!

최정화 소설가
최정화 소설가

온라인으로 의자를 주문하고 배송날짜만 기다렸다. 오랫동안 소파를 살까 말까 고민해왔는데, 플라스틱을 먹고 떼죽음을 당한 새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떠올리고 단념했다. 스펀지가 플라스틱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결론이 좀 이상했다. 소파를 사지 않는 게 아니라 의자를 사겠다는 생각으로 변질됐다. 그냥 뭔가 사고 싶었나 보다. 온라인 샵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의자들을 보고 또 봤다. 가격을 비교하고 재질을 확인했다. 원목처럼 보이는데 합판에 나무 시트를 덧씌운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수일간의 탐색 끝에 결국에 마음에 드는 의자를 골랐다. 분위기가 독특한 라탄 등받이 의자들 중 가장 낮은 가격대의 의자를 찾고 내심 뿌듯했다. 오래 뒤적거리니까 합판으로 만든 제품보다 더 싼 원목 의자를 찾을 수도 있었다. 물론 더 싼 의자란, 노동의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지 않은 의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마음 한구석이 뜨끔했지만 손가락은 어느새 슬쩍 구매 버튼을 누르는 중이었다.

상상 속에서 의자는 이미 집에 도착해 있었다. 의자를 주방에, 안방에 놓았다가 침실에 놓았다가, 이리저리 위치를 바꾸며 적절한 자리를 찾아보기도 하고, 집에 있는 어떤 가구와 잘 어울리는지 가늠도 해보면서 배송날짜만 기다렸다.

허황된 꿈을 깨주겠다는 듯 현관 앞에서 쿵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내동댕이쳐지는 소리였다. 큼지막한 물건이 딱딱하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급하게 떨어졌다. 그게 바로 내 의자일 거라는 불길한 예감도 함께였다.

덩치가 나만한 커다란 박스를 집 안으로 옮겼다. 포장을 뜯으면서도 꺼림칙한 기분이었다. 물건 하나하나에 신경 쓸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걸 배달노동자들의 수기를 읽고 나서 기억해두고 있었다. 물량이 너무 많아 자려고 누워도 심장박동이 정상 수치를 찾지 못한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마냥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는 습관이 있었다. 한 자라도 더 써야, 원고료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야 먹고 살 수 있으니까 손가락이 얼얼할 정도로 키보드를 두드려대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기분이 좋지 않았다. 득템의 기쁨은 포장을 열기 전에 사그라들고 말았다.

박스 포장을 벗겨내자 부서진 의자가 나왔다. 등받이 부분이 떨어져 나간 채였다. 반품신청을 해야 했는데 어쩐지 기운이 나질 않아, 의자를 거실 한가운데 그냥 두었다.

며칠이 지나자 ‘수리해서 쓰면 되겠네!’하는 반가운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본드로 붙여서 쓰면 괜찮을 것 같았다. 동네 철물점에 가서 의자가 부서졌다고 했더니 사장님이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가게에서 가장 강력한 본드를 내주시면서도 어딘가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만약 그 의자가 바로 배달 온 새 의자가 아니었다면, 나도 의자를 수리해서 쓸 생각은 못했을 거였다. 버리고 새로 사면 되니까, 동사무소에서 쓰레기 배출 스티커를 받아왔겠지.

수리할 결심은 시간이 지나자 슬슬 바래기 시작했고, 부서진 의자는 본드와 함께 구석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겨울 내내 구석에 의자를 세워 두고, 의자를 던지고 간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다. 쿠팡 기사가 쓴 책에는 배송상품 중에서 가장 힘든 게 반려동물용 모래라고 했다.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책을 읽은 이후에는 모래를 동네 점포에서 하나씩 사오거나, 주문을 해야 할 때는 되도록 중량이 가벼운 쪽을 골랐다. 그래도 아주 멈추진 못했다.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부서진 의자가, 의자를 던진 어떤 사람이 내게 자꾸 말을 걸었다. 온라인 쇼핑 좀 그만하라고, 가까운 동네 상점에서 사도 되는 게 더 많다고, 주문한 그 물건이 정말 필요하냐고….

봄이 오니 얼었던 마음이 녹는다. 귀찮아서 간단히 때우던 끼니에도 신경을 써야지, 의욕이 난다. 밥도 짓고, 찌개도 끓일래. 봄이 오니까, 구석에 처박아 둔 의자도 수리해야겠다. 신문지를 깔고, 의자를 눕히고, 본드를 바르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최정화 소설가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